서진학교는 지난해 9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 앞에서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이른바 ‘무릎 호소’를 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 당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특수학교 설립은 양보할 사안이 아니다”며 학교 설립에 강경한 의지를 보여왔다.
내년 3월에서 9월로 6개월 개교 미뤄
'무릎 호소'까지 한 학부모, "허무하다"
"6월 선거때문에 미룬 것 아니냐" 의심도
교육청, "예정보다 공사량 늘어 불가피"
"지방선거와는 무관한 일" 못박아
시교육청은 “공공건축사전심의 등 설계 과정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또 학교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확대하고 내진 설계 등을 보강하면서 절대적인 공사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월 지방선거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못박았다.
서진학교의 경우, 애초 공진초등학교 운동장 부지에 새 교사동을 신축하는 것으로 5000㎡ 규모의 공사로 예정하고 있었다. 원래 있던 공진초의 교사동은 특수학교 시설에 포함하지 않고 지역주민 편의시설로 활용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설계용역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 교사동까지 특수학교에 포함해 합치기로 계획이 수정됐다. 최성목 시교육청 학교지원과 사무관은 “기존 건물이 낡고 협소해 리모델링 수준을 넘어 내진 보강 등 대대적인 공사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초 5000㎡ 규모로 예정됐던 공사가 1만1000㎡로 확대됐고, 새로 지어질 학급 수도 16학급(중·고교 과정)에서 22학급(초·중·고교 과정)으로 늘어나 개교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최 사무관은 “학부모와 면담하던 당시, 학교 설계 과정에서 수정된 사항과 이로 인한 공사 기간 연장에 대해 최종 결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 정식 공지는 못하고 면담 과정에서 알려드린 것”이라 답했다. 그러면서 “최종 결제 직후, 나래학교와 서진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개교 시기를 늦추게 된 사실과 연유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드렸다”고 말했다.
당초 개교 예정일을 내년 3월 1일로 잡은 것부터가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실 통상적인 기간보다 최대한 단축해 개교 일자를 앞당기려 했던 건 사실”이라 말했다. 설계 일자가 통상 5개월이면 4개월로, 3개월이 걸릴 공사 계약도 2개월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등 최소한의 공사 기간을 추산해 개교 예정일을 내년 3월 1일로 잡았다는 것이다. 지적장애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온 국민이 특수학교 설립에 열성적인 지지를 보내주셨고, 교육청도 내년 3월 개교를 강조해 기대감이 컸다”면서 “정작 첫 삽도 뜨기 전에 개교 일자부터 미루니 9월 개교조차도 신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9월 개교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특수학교의 규모를 키우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개교가 연기됐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