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데뷔 13년 만에 ‘레그킥’을 장착한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추신수는 7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호호캄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3타수 3안타·2타점을 기록했다. 시범경기 타율은 0.462(13타수 6안타). 2014년 텍사스 이적 후 가장 순조로운 출발이다.
빅리그 13년 만에 폼 바꾼 추신수
오른발 살짝 들었다 내리며 타격
시범경기 4할대 후반 불방망이
높고 멀리 날려 땅볼 줄이고 장타
터너 키운 래타 코치 찾아가 익혀
전문가 “안정적 균형 유지가 열쇠”
타격 이론가인 김용달 KBO 육성위원은 “처음에 추신수가 레그킥을 시도한다고 들었을 때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득보다 실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추신수의 레그킥은 힘을 모으는 동작이 아닌 타이밍을 잡는 동작으로 파악된다.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추신수가 레그킥에 도전한 건 홈런보다는 상대의 집요한 수비시프트(타자의 성향을 파악해 타구 방향을 예측하는 수비)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당겨치기를 주로 하는 추신수는 통산 땅볼 타구 비율이 47.5%(팬그래프닷컴 기준)나 된다. 땅볼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수비시프트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추신수는 아예 수비시프트로 잡을 수 없는 뜬공 타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리를 들게 된 것이다. 김용달 위원은 “그동안 추신수는 땅볼 타구 비율이 높고, 몸쪽 공에 약점을 보였다. 타격 준비 동작에서 몸의 반응 속도가 늦었기 때문이었다. 레그킥을 하면 타격 타이밍을 빠르게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신수의 레그킥은 다리를 높게 들어올리는 일명 ‘외다리 타법’과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추신수는 오른 다리를 지면에서 살짝 들어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취한다. 보통 체구가 작은 아시아 선수들은 다리를 높게 들어 뒷 다리에 힘을 모았다가 임팩트 순간 체중을 앞으로 실어 타구에 힘을 전달했다. 추가 흔들리는 것처럼 뒷다리에 몰렸던 체중이 앞다리로 이동하면서 힘이 발생하는 원리다. 김영관 전남대 교수(운동역학)는 “이용규(한화)나 이승엽(은퇴)의 외다리 타법은 힘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동작이다. 한 번에 폭발적인 힘을 실을 수 있지만 체중 이동이 과도하면 오히려 에너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추신수는 다리를 들지만 체중 이동을 최소화한, 안정적인 상태에서 타격을 준비한다. 조시 도널드슨(토론토)이나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등과 비슷하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트렌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추신수의 타격 자세는 강속구 대처에도 유리하다. 김용달 위원은 “최근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이 빨라졌다. 추신수의 경우 스탠스 자세부터 몸의 균형을 양 다리에 50대50으로 둔 상태에서 앞쪽으로 체중 이동을 한다. 쓸데없는 동작을 줄이면서 타격 타이밍을 앞쪽에서 잡아 빠른 볼에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시범경기인데다, 6경기 밖에 치르지 않아 속단은 이르다. 추신수도 “(새 폼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김영관 교수는 “추신수의 레그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정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하체 근육, 코어 근육, 복근 등이 잘 받쳐줘야 한다”며 “밸런스를 잡지 못하는 선수에게 레그킥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용달 위원은 “반복 훈련을 통해 확실히 자기 폼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베테랑 추신수가 도전정신을 갖고 변화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추신수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