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정부가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당장 올림픽으로 조성된 평화 분위기를 이어갈 만한 카드가 없다는 정부의 절박성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이 패럴림픽 이후 일주일까지 휴전을 하자는 결의(지난해 11월)을 했고, 그 시한이 오는 25일”이라며 “평창 올림픽으로 조성된 평화 무드를 이어가야 하는데 정상회담이 카드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래서 정부는 정상회담 카드를 통해 북한과 미국을 각각 설득해 북한의 무력 도발을 막고 북미대화를 견인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남북 고위급회담 등 실무적인 것만으로는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는 한미연합훈련의 시기나 내용 등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거론되는 가운데 북한도 대화 분위기가 필요했다는 점이 맞아 떨어져 서둘렀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의 조기 정상회담 추진의 필요성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문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운명』)에 남북정상회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임기 4개월을 남기고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 등으로 두고두고 후폭풍을 겪었다. 이런 경험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최대한 이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하고 정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4월 말에 정상회담을 하면 올해 안에 4차 정상회담이 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장소를 출퇴근 회담이 가능한 판문점으로 정한 것도 정상회담을 이벤트가 아닌 실무적이고, 정례적인 행사로 하겠다는 염두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6ㆍ13 지방선거와 연관 짓는 견해도 있다. 4.13 총선 사흘 전 정부가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하면서 역풍을 맞아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이 참패하긴 했지만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폭 올랐다는 점에서다. 4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동결 등 핵과 관련한 진전된 입장을 표명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걸음마를 떼고, 북미 대화가 성과를 낼 경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 6ㆍ13지방선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