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원장회의 ‘미투 운동’ 제1안건 선정…내일 총집결

중앙일보

입력 2018.03.07 09:36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8~9일 열리는 전국 법원장 간담회의 제1 안건으로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선정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7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 최우선 논의 주제로 ‘미투 운동’ 관련 법원 내 성희롱ㆍ성폭력 방지대책을 다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문화계와 정치권은 물론 법원 내(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등)에서도 성범죄 제보가 잇따라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법원장은 “안건 중에 ‘미투’가 가장 논의 비중이 클 것”이라며 “검찰과 문화계 등에서 시작된 이슈지만 사법부도 중요하게 바라보는 문제이기에 실태 파악 및 개선 방안 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취임 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남긴 방명록. '반드시 정의로운 사법부가 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연합뉴스]

오는 8~9일 충남 부여군 롯데 부여리조트에서 개최되는 이번 간담회는 지난해 12월 전국법원장 회의에 이어 열리는 것이다. 당시에는 ‘양승태 체제’ 법원장들이 주로 참석했다. 이번에는 김 대법원장이 새로 임명한 법원장들이 참석한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 들어 전국의 법원장들이 처음 모이는 자리여서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미투 운동’ 핵심 논의 안건 선정
전국 수석부장 판사들도 곧 집결
평판사, 노조도 설문 등 실시
판사가 여직원에 성희롱 발언 확인」

앞서 2016년 터진 법조비리 사건에 일부 법관들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전국 법원장들은 법원장 회의를 통해 비위 법관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등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고위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법원장 회의를 거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의혹을 규명토록 했다. 법원은 전국법원장 간담회에 이어 3월 중순쯤 전국 수석부장 회의도 준비 중이다. 이 자리에서도 법원 내 ‘성희롱ㆍ성추행 문제’ 개선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평판사들도 움직이고 있다.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는 현재 전국 재판연구원(로클럭)을 상대로 양성평등 저해 사례를 수집ㆍ분석하고 있다. 법원공무원 노조도 성희롱ㆍ성추행 설문조사를 전국 법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관련기사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는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5일 발표했다. 조사결과 한 여직원은 “여름철이라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한 판사가 위아래로 훑어보며 ‘아줌마 같지 않네?’라고 말했다”고 제보했다. 또 다른 여직원은 2006년 상급자와 억지로 춤을 췄고, 2014년에는 선배가 회식 중 허벅지를 쓰다듬었다는 내용을 신고했다.  
 
이번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는 ‘미투 운동’ 외에도 법관인사 이원화에 따른 고등법원 재판장 보임방식, 기획법관 운용 및 행정처와 일선 법원 사이의 소통방안, 법관 사무분담(법관사무분담 결정절차, 장기재직 지법부장의 사무분담) 등도 안건으로 상정된다.
 
현일훈ㆍ문현경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