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국 특사에게 접견 직전 때까지도 면담 일정을 알려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특사단은 사전에 북측과 김정은을 만날 시간·장소·형식에 대해 조율했고 대체로 일정대로 진행됐다. 김정은이 특사단을 자신의 집무실 건물에 불러 회담하고 만찬을 함께한 것도 특기할 대목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정은) 접견과 만찬은 오후 6시부터 10시12분까지 4시간12분 동안 진행됐다”며 “노동당 본관에 있는 진달래관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4시간12분 파격 행보
만찬장 진달래관은 핑크색 디자인
외빈 만남에 이설주 동반도 처음
5일 만찬은 테이블 세팅에선 국제 기준을 의식한 흔적도 보였다. 서구식 정통 코스요리 차림새를 연상시키는 식기와 와인 잔이 구비됐다. 김정은이 각별히 좋아한다는 와인과 함께 수삼 삼로주(水蔘 蔘露酒) 등 인삼으로 담근 전통주도 올랐다. 이를 각각 담기 위한 와인 잔 4종이 나란히 놓였다.
김정은에게 이번 특사단 방북은 국제 외교무대에 공식적으로 데뷔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김정일이 사망한 2011년 12월 이후 권력을 잡은 김정은이 외국사절을 면담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 것은 일곱 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그마저 중국 공산당 대표와 쿠바·시리아 특사 등 우방국 대표단과의 의례적 접견이었다. 그동안 김정은이 한국 측 인사들을 만난 것은 김정일 사망 당시 조문을 위해 방북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짧은 조우가 전부였다.
김정은의 패션도 선대와는 달랐다. 김정은은 북한에서 ‘닫긴옷’이라고 부르는 인민복을 입고 나타났다. 깃이 목까지 올라오는 단추 5개짜리 옷으로, 인민복 중 예복에 해당한다. 김정일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짙은 베이지색 야전 점퍼 차림이었다.
정용수·전수진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