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물질이 섞인 차를 마신 그는 3주 만에 사망했는데 숨지기 직전 머리털이 몽땅 빠진 채 앙상한 그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영국 당국은 10년간 조사를 벌인 끝에 살해 배후로 FSB를 지목했고,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인 아래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솔즈베리 쇼핑센터서 부녀가 함께
경찰 “알 수 없는 물질에 노출”
2006년 숨진 전직 러시아 요원은
청산가리 25만배 방사성 물질 중독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알 수 없는 물질에 노출된 뒤 중상을 입었다. 스크리팔은 2006년 영국 해외담당 정보기관인 비밀정보국(MI6)에 러시아 정보기관 인물들의 신분을 넘긴 뒤 반역죄로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0년 미국과 러시아의 첫 대규모 스파이 맞교환 때 풀려나 영국으로 넘어왔다. 로이터는 영국 경찰이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두 소식통을 인용해 스크리팔이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경찰 측은 “발견 당시 특별한 외상이 없었고 보복테러 행위와 연관됐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스크리팔이 미확인 물질을 접한 뒤 쓰러진 점을 두고 리트비넨코의 독살 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독살은 세계 곳곳에서 적잖게 사용되는 암살 방법이다. 독살 잔혹사에서 대표적으로는 거론되는 사례는 1978년 이른바 ‘독 우산’ 사건이다. 영국 런던에 망명 중이던 불가리아 반체제 인사 게오르기 마르코프는 출근 버스를 기다리던 중 낯선 사람의 우산 끝에 찔린 뒤 나흘 만에 사망했다. 부검에서 리친이란 독성물질이 발견됐다.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가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황만 드러났을 뿐 아무도 재판을 받지 않았다.
2004년에는 러시아가 지지하는 우크라이나 보수 여당 대선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에 맞섰던 진보 성향의 야당 후보 빅토르 유센코가 다이옥신 중독으로 얼굴이 크게 훼손되기도 했다. 당시 유센코의 지지자들은 FSB를 배후로 지목했다.
지난해에는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로 살해당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