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농구는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의 키를 2m 이하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프로농구 관계자들과 농구팬들은 탁상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프로농구연맹 KBL은 지난 5일 “2018~19시즌부터 외국인선수 신장 기준을 장신 선수는 2m 이하, 단신 선수는 1m86cm 이하로 정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의 경우 장신 선수는 키 제한이 없었고, 단신 선수는 1m93cm 이하였다.
KBL “경기 박진감 위해 신장 제한”
DB의 벤슨, KGC의 사이먼 못 뛰어
팬들 “키 작아야 고득점? 시대 역행”
KBL은 “경기 속도가 빨라져 평균득점이 올라가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기(82) KBL 총재는 “2013~14시즌 평균득점이 73.4점에 그쳤는데, 올 시즌 83.6점까지 올라갔다. 경기속도를 수치화한 페이스(Pace) 수치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2011~12시즌 자유계약 당시 외국인 선수의 평균신장이 2m7cm였다. 키가 큰 외국인 센터가 인사이드만 공략했다. 재미없는 농구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KBL은 센터를 비롯해 국내선수의 출전 비중을 60%로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프로농구 관계자들과 팬들의 반발은 거세다. 한 구단 관계자는 “9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의 신장 제한 폐지를 주장했지만 집행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득점 1위 사이먼은 키가 2m를 넘는다는 이유 만으로 홈 팬들과 생이별을 해야한다. 새 외국인 선수를 찾을 때 줄자를 갖고 다니며 농구화를 벗긴 뒤 키를 재야 할 판이다. 연봉 상한선도 2명 합계 70만 달러(7억5000만원)인데, 2m가 안되는 빅맨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구 관계자는 “득점만 올라간다고 재미있는 농구인가. 또 키가 작다고 고득점이 나온다는 보장이 있는가. 신장을 떠나 ‘기술자’가 들어와야 한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국농구는 농구대잔치 시절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다. 하지만 2017년 프로농구 시청률은 0.2%까지 추락, 프로배구(0.757%)의 3의1에도 못 미치고 있다. 평균관중은 2000명대로 떨어졌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