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6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비공식 평가전에 선발 등판했다. 올 시즌 첫 실전 등판이다. 당초 지난 1일 시범경기 첫 등판이 예정됐지만,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바람에 선발 등판이 한 차례 미뤄졌다. 이날 류현진은 2와 3분의 2이닝 동안 안타는 3개만 내주고 1실점을 기록했다.
‘코리안 몬스터’ 영리한 변신
평가전서 2와 3분의2이닝 1실점
회전수 높은 커브 위주로 던져
지난해 약했던 왼손 타자 대비
겨울 동안 연마한 투심도 위력
류현진이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꺼낸 첫 번째 무기는 ‘회전이 많이 되는’ 커브다. 지난해 류현진은 평균 시속 116㎞의 슬로커브를 던졌고, 구사율은 15.8%였다. 커브는 포심패스트볼(36.8%)-체인지업(25.3%)-컷패스트볼(커터·18%)에 이은 ‘제 4의 무기’였다. 커브 피안타율은 0.158, 피장타율은 0.316로 효과적이었다. 류현진은 “커브를 던질 때 회전수를 늘리면 타자가 힘들어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에서 커브 회전수를 늘려보려고 한다”고 했다. 류현진의 지난해 커브 평균 회전수는 분당 2422회였다. 지난해 50개 이상 커브를 던진 투수 243명 중 회전수만 따지면 143번째였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그동안 류현진의 커브가 높은 평가를 받았던 건 아니다. 때문에 상대 타자들이 류현진의 커브를 대비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며 “지난해 일부 경기에서 류현진의 커브가 위력을 발휘했다. 영리한 류현진이 여기에 착안해 커브를 다듬어 새로운 무기로 활용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심을 새 무기로 꺼내든 건 영리한 판단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선발 투수의 투구 수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편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투구 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송재우 위원은 “지난해 류현진은 경기 초반 갑자기 흔들리며 투구 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투구 수를 줄여야 긴 이닝을 던질 수 있고, 그래서 맞춰잡는 구종이 필요해 졌다.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투심이 적격이다. 팀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내린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마치면 다저스와 6년 계약(3600만 달러)이 끝난다. 지난 시즌엔 19경기에 등판해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은 뒤 후유증이 우려됐지만 이 정도면 무난한 성적이었다.
지난 1월엔 배지현 아나운서와 결혼하며 가정도 꾸렸다. 송재우 위원은 “올해 류현진이 효과적인 투구를 이어간다면 그의 가치가 더욱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