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대서양 건너 유럽연합(EU)의 분위기가 흉흉하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EU는 강력히 대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 데이비슨, 위스키 생산업체 버번, 오렌지 주스, 청바지업체 리바이스에 보복관세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할리 데이비슨은 공화당 하원의장인 폴 라이언 의원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주를 기반으로 삼고 있고, 버번은 상원의장인 미치 맥코넬 의원의 켄터키주를 대표한다. 지난 대선에서 스윙 스테이트로 트럼프 당선에 일조한 플로리다주의 오렌지 주스도 보복관세 대상에 올라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세금을 적용할 것”이라고 강공을 펼쳤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과 이익을 챙기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을 겨냥한 것이다. 일촉즉발의 위기다.
강공에 강공으로 맞서면서 전면전 우려
EU 보복관세 움직임에 유럽차에 관세예고
나바로 "미국제품에 쉽게 보복하기 힘들 것"
무역전쟁, 1930년대식 경제침체로 이어질수도
무역전쟁에 있어서 우방도 적국도 없는만큼 보복관세 결정에 어떤 입장도 내지 않는 한국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폐기될 수도 있다는 배수진을 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관세를 지칭하는 ‘상호 호혜세’ 방침을 밝히면서 중국ㆍ일본과 함께 한국을 거론하며 “무역 분야에선 동맹이 아니다”라고 밝힌바 있다.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미국 내에서도 보복관세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포드의 최고재무책임자 로버트 생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돼 상품 시장에서 철강ㆍ알루미늄 제품 가격이 벌써부터 뛰고 있다”고 말했다.
앤디 블랙 송유관협회장은 “송유관에 영향을 주는 철강관세 부과로 미국의 일자리를 없애는 일을 만들지 않도록 정부에 촉구한다”면서 “25% 증가한 파이프라인 비용으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마침내 미국 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기대와 달리 무역전쟁이 경기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2일 CNBC 방송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려고 할 것”이라며 “마치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 발생했던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대공황 당시 보호무역을 앞세운 무역전쟁으로 1929∼1932년간 국제무역은 63%나 감소했고 각국 국내총생산(GDP)도 크게 줄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으로 미국경제 생산량이 0.1% 줄어들고, 19만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NAFTA가 깨질 경우 미국내에서 18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져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수입제한 조치는 미국 외부뿐 아니라 미국경제 자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제안한 이 조치가 사실상 다른 나라들이 광범위한 수입제한을 정당화하는 데 국가안보 논리를 사용하는 상황을 확대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한편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가 중국의 과잉생산 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소수 주장도 미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