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 산성화 및 과도한 조업으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 등과 맞물리면 우리에게는 대재앙이 될 수 있다. 동중국해와 인접해 있는 한국과 일본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절박한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은 역사 문제와 관련한 최근의 대립 양상 때문에 협력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박 사고로 독성물질 대량 유출
한국·일본 해역에 큰 피해 우려
두 나라는 함께 대응기구 만들고
다른 사안 협력 모델로 활용해야
우선 한국과 일본은 이번 사고를 처리하기 위한 공동의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렇게 꾸려진 기구는 향후 동아시아 지역 내 또 다른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양국이 함께 만든 기구는 환경 정책과 관련해 양국의 중앙 및 지방 정부 간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나라는 정부와 민간의 연구자와 산업체의 전문가들을 이번 사고 대응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 작업은 차후에 유류 운반선 운항에 대한 국제적 규제 강화나 항해 위험 해역 예측 프로그램 개발과 같은 보다 큰 그림의 공조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수질 및 대기질 평가와 장기적 생물 모니터링을 위한 환경 평가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안처럼 한·일 두 나라가 공동의 대응 프로그램을 만들면 이는 대기 오염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의 다른 환경 문제에 대한 협력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양국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두 나라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해양 사고 위험성에 대한 예측과 그에 따른 항해 통제 방법 개선으로 논의를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양국의 대학·연구기관·비정부기구(NGO)·시민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조직화해 이러한 대규모 해양 사고 대응에 필요한 장기 과제들을 함께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피해에 노출될 우려가 큰 후쿠오카와 제주도 사이의 긴밀한 교류관계 구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피해 지역을 재건하고, 생태계가 파괴된 지역의 어부를 돕는 노력도 따라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예산은 물론이고 도덕적 용기와 손해 감수의 정신도 요구된다. 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한국과 일본이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 동아시아 지역 생태계 복원을 위한 싸움에서 두 나라가 함께 보여주는 용기는 다른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모를 일이다.
양국 협력은 동북아 안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군사적 안보 못지않게 환경 안보, 식품 안보도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환경 문제에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얼마만큼 공조하는 태도를 보이느냐는 양국의 잠재적 협력 가능성을 가늠해 볼 잣대가 될 것이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구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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