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사드 체계 배치를 위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가 성주골프장 부지를 국방부와 맞교환하기로 합의한 직후인 2016년 11월, 중국에 진출한 제과·케미칼·백화점·마트 등 롯데 계열사들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와 소방 점검, 위생안전 점검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동원 가능한 공권력을 총동원한 표적조사였다.
영업정지 안 풀려 롯데마트 못 팔아
2월초 중국서 한·중 경제장관회의
12개 기업 불렀지만 롯데는 빠져
한류 드라마·영화·K팝공연 올스톱
중국 포털 “일·태국 콘텐트로 대체”
7개 롯데 계열사가 3조원을 투자해 백화점·영화관·놀이공원 등을 짓는 선양(瀋陽) 롯데월드 프로젝트도 2016년 11월부터 ‘올스톱’ 상태다. 재계는 롯데가 입은 유·무형의 피해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본다. 롯데 관계자는 “시간을 갖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중국은 당장 어렵다고 보따리를 쌀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외교 당국자가 “선양 롯데월드는 상반기 중 공사 재개 승인이 날 것이란 희망이 있다”고 전망한 데 대해 롯데 측은 “구체적 움직임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2월 초 열린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계기로 롯데에 대한 보복 조치가 풀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흘러나왔지만 실제 진전은 없었다. 오히려 롯데를 서운케하는 대목이 있었다. 당시 방중한 김동연 부총리가 중국 내 한국기업 12개 업체의 대표자를 불러 간담회를 개최하는 자리에 롯데는 빠졌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에 동행한 대규모 경제대표단에서 롯데가 빠진 것과 비슷하다. 정부 관계자는 “한·중 고위급 회담에서도 ‘우리 기업의 어려움을 풀어달라’고 에둘러 표현한다. 롯데의 ‘롯’자도 입 밖에 내기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화산업도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받은 대표적 분야다. 한류 콘텐트를 안방 극장과 인터넷에서 몰아낸 한한령(限韓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행정 분야에 종사하는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의 중국 TV·포털 방영 ▶중국에서의 K팝 공연 ▶한류 스타의 중국 광고모델 출연 등 세 가지가 핵심 조치인데 여전히 손발이 묶인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로 ‘대박’을 터뜨렸던 중국 대형 동영상 포털의 판권구매 담당자는 익명을 전제로 “회사가 지난해부터 일본·태국 등지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 지금은 솔직히 자리 걱정을 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놓았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김영주 기자 y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