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어제 결심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법원이 구속을 연장하자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며 재판을 보이콧하기 시작했다. 변호인단도 모두 사임해 국선변호인들이 변론을 맡아 왔다. 박 전 대통령은 국선변호인들의 접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변호인이 공소사실과 증언의 사실 여부조차 당사자에게 묻지 못하는 상태로 재판이 진행됐다. 그가 받고 있는 18개 혐의의 시시비비가 재판을 통해 낱낱이 가려지리라는 국민들의 기대는 허망하게 무너졌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보이콧 전에도 “나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왜 그토록 최씨에게 이득이 되는 일에 매달렸는지를 국민이나 재판부에 진솔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재판은 실체적 진실 규명의 측면에서 허점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법원의 구속 연장이 과연 필요불가결하고 옳았느냐는 따져볼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국민에게 밝히는 전직 국가원수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벗어나기는 힘들다.
궐석으로 진행돼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
사실·주장, 불법·무능 구분하는 판결 기대
비록 박 전 대통령 재판은 피고인 궐석이라는 비정상적 형태로 진행됐지만 판결은 엄정해야 한다. 4월 6일의 선고 때까지 재판부는 확인된 사실과 추측성 주장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불법과 무능도 구분해야 한다. 과도한 증오나 옹호의 여론을 의식해서도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촛불과 태극기로 갈렸던 대립적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진다.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역사적 판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