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담론 속에 총선은 중도 우파냐, 중도 좌파냐, 아니면 좌우 정당을 모두 비판하는 반 기득권 정당이냐의 세 가지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그 중심에 거부이자 총리를 세 차례나 지낸 82세의 정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있다. 중도우파 전진 이탈리아(FI) 소속인 그는 탈세 유죄 판결을 받아 총리를 맡을 수 없다. 하지만 '킹 메이커'를 거쳐 정계 실세가 되기 위해 총선 판에 뛰어들었다.
극우와 손잡은 베를루스코니의 우파연합, 지지율 1위
개별 정당선 오성운동 1위지만 모두 과반 어려울 듯
난민이 최대 화두…유럽 올 최대 변수로 伊 선거 주목
82세 부패 정치인 베를루스코니가 연정 판 짜는 역설
베를루스코니는 총선을 앞두고 동맹당과 손을 잡았다. 여기에 파시스트당에 뿌리를 둔 이탈리아 형제당(지지율 5%)을 더했다. 베를루스코니의 FI와 이들 정당이 꾸린 우파연합은 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37%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득표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독정부를 구성하려면 지지율 40%가량을 확보해야 한다.
동맹당의 살비니 대표는 연합 내 정당 지지율에서 동맹당이 1위를 차지하면 자신이 총리로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탈리아 신문의 한 에디터는 "극우가 연정을 좌지우지 못 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은 베를루스코니"라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오성운동은 이들 좌ㆍ우 정치권을 부패 세력으로 비난하며 차별화를 꾀한다. 31살 루이지 디 마이오가 총리 후보로, 이탈리아 정당 중 가장 젊다. 오성운동은 개별 정당 중에선 가장 높은 지지율(28%)을 보이고 있다. 환경 문제 등에서 극좌 경향이지만 난민 정책에선 강경해 포퓰리즘 정당으로 꼽힌다. 2013년 총선에서 25%를 얻어 창당 4년 만에 제1 야당이 된데 이어 세를 확산 중이다.
베를루스코니는 디 마이오를 '국정 경험이 없는 애송이'라고 부르며 그를 저지하기 위해 정계에 복귀했다고 말하곤 했다. 오성운동과의 연정은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FI와 PD 두 기성 정당이 대연정을 할 가능성도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럴 경우 극우 동맹당 등을 내쳐야 한다.
오성운동 측은 다른 정치 세력과 연대하지 않겠다는 당초 입장에서 선회했다. 우파연합이 단독정부를 꾸리지 못하면 단일 정당으로서 1등을 확보할 자신들이 중심이 돼 정책 연대를 꾸리겠다는 계획이다. 이합집산이 끝날 때까지 이탈리아 정치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지난해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의 발호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잠재우긴 했지만 같은 해 12월 오스트리아에선 극우 정당이 주류 정치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파시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탈리아 총선의 결과를 유럽 국가들은 올해 최대 변수로 꼽고 있다. 동맹당과 오성운동은 EU 체제에 매우 회의적이다. 정당별로 유로존에 대한 입장도 다르다. 더욱이 이번 총선의 결과는 4월 헝가리 총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