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1조 대고, 수호랑 95만개 팔고 … 평창은 흑자올림픽

중앙일보

입력 2018.02.27 01:27

수정 2018.03.0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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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겨울올림픽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해단식이 26일 강원도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열렸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 146명에 임원 포함 221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사상 최초로 6개 종목에서 금 5, 은 8, 동 4개 등 17개의 메달을 따냈다. 해단식을 마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은 대회 운영면에서 ‘흑자 올림픽’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대회 예상 운영비는 2조8000억원이다. 조직위는 기업 후원금(1조1123억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후원금(4400억원), 올림픽 파트너 기업(TOP) 후원금(2400억원) 등으로 운영 예산을 확보했다. 이 밖에 입장권·라이선스·부대 시설(식당) 수익으로 부족분을 메워야 했는데, 올림픽 흥행에 성공하면서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입장권은 107만8562장이 팔렸다. 국내에서 86만6284장(80.3%), 해외에서 21만2278장(19.7%)이 팔렸다. 평창조직위가 목표로 세웠던 106만8630장보다 9932장을 더 팔았다. 판매 수익은 1573억원(국내 1083억원, 국외 490억원)에 달한다.

3000억 적자 예상 깬 손익계산서


예산 14조 중 운영비 2조8000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붕이 없는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 티켓 판매가 가장 우려스러웠다. 그러나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2만2536장(총 2만4203장)의 입장권이 팔렸다.
 
그 기세가 이어지면서 올림픽 대회 기간(9~25일, 17일간) 티켓 판매가 증가했다. 올림픽 개막 이후 관심이 높아지면서 뒤늦게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실제로 경기장에는 빈 좌석이 많았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티켓이 다 팔렸다는데 관중이 절반도 차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알파인스키 남자 활강 금메달리스트 악셀 룬 스비날(노르웨이)은 “유럽에서 스키 경기가 열리면 5만 관중이 들어차는데 관중이 너무 없었다”고 했다.


성백유 평창조직위 대변인은 “다른 종목 선수, 올림픽 후원사, 기타 VIP 등에게 제공되는 좌석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과 지자체 등이 입장권을 대량 구매한 뒤 공짜 티켓을 뿌리면서 ‘노쇼(예약 부도) 현상’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대회 기간 누적 관람객 수는 138만7475명이었다. 설 다음 날인 지난 17일에는 14만6506명이 찾아 일일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다.
 

티켓 판매 107만 장, 수익 1573억
 
경기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평창 올림픽플라자와 강릉 올림픽파크로 발걸음을 돌리면서 평창조직위는 뜻밖의 수익을 올렸다. 평창 올림픽플라자와 강릉 올림픽파크에는 올림픽을 후원하는 기업홍보관과 평창올림픽 기념품을 판매하는 수퍼스토어가 있다. 야외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경기 중계를 볼 수 있고 다양한 공연도 구경할 수 있다. 입장권 가격은 2000원이었다. 방문객이 늘면서 식당·매점 등 부대시설의 매출도 늘어났다.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의 인기도 수익 상승에 큰 몫을 했다. 이용신 평창조직위 라이선싱사업부장은 “평창올림픽 기념품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상품이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이다. 지난 1년간 95만 개 넘게 팔렸다. 대회 기간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했다.
 
평창조직위는 경기장과 주요 공공시설(공항·역사 등)에 59개 상품판매점을 개설하고 1500여 개의 관련 상품을 판매했다. 평창조직위는 17일간 상품 매출액을 350억원으로 추정했다. 송헌석 평창조직위 보도지원부장은 “패럴림픽 기간(3월 9~18일)에도 상품점을 계속 열 예정이라 아직 수익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대회 17일간 관련 상품 판매 350억
 
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은 “지난해 초만 해도 3000억원가량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업 후원금과 자발적 기부금이 증가하면서 균형 재정을 달성했다”며 “현재 예비비가 300억원인데 아직 절반도 쓰지 않았다. 여기에 입장권과 라이선스 상품 판매가 호조를 이뤄 평창올림픽이 결코 적자가 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12개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이 숙제
 
평창올림픽은 무사히 끝났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평창올림픽이 ‘흑자’ 올림픽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올림픽 경기장이 적자가 나지 않도록 활용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에 사용된 12개 경기장 중 9개 경기장은 사후 활용 방안이 결정돼 있다. 그러나 정선 알파인 경기장,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 강릉 하키센터 등 3개 경기장의 활용 방안은 아직 미정이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복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26일 공개한 평창올림픽 경기장 운영수지 분석 결과(한국산업전략연구원)에 따르면 경기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면 연간 운영비용은 약 89억원이며, 운영 수익은 약 31억원으로 연간 약 58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25일 "경기장 사후 활용에 대한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유지관리비 문제는 정부와 함께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평창·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