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가 해외 선교 중 성폭력 시도 파장 … 맡고 있던 성당 임시 폐쇄

중앙일보

입력 2018.02.26 01:10

수정 2018.02.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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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던 수원의 한 성당이 25일 굳게 닫혀 있다. [김민욱 기자]

25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수원 광교의 한 성당. 2011년 선교 봉사차 아프리카 수단에 온 한국인 여성 신자를 상대로 수차례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폭로가 나와 천주교 수원교구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은 한모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던 성당이다.
 
‘주일’임에도 유리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출입문에는 ‘2월 25일~3월 2일까지 본당 사정으로 인해 미사는 없습니다. 인근 성당을 이용해 주십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가까운 2곳 성당의 주일미사 시간도 함께 안내됐다.

“7년 전 남수단서 당해” 여신도 폭로
수원교구, 주임신부직 박탈 징계
신부 속했던 정의구현사제단 침묵

이런 안내를 미리 알지 못한 일부 신자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시작되는 미사에 왔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50대 후반의 한 신자는 “(한 신부의 일에 대해) 충격적이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신부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으로 평택 쌍용자동차 사태부터 세월호 참사, 수원 공군비행장 이전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는 등 활발히 사회와 소통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한 신부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앞장서면서 지역사회 등에서 존경을 받아 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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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한 언론을 통해 한 신부에 대한 폭로가 터져 나왔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한 김모씨는 한 신부가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귀국하기 전까지 11개월 동안 남수단에서 수차례 성폭력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후 수원교구는 한 신부의 주임신부직을 박탈하고 미사 집전 자격도 정지시켰다. 이어 25일에는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명의로 ‘수원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을 발표하며 사과한 뒤 사제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올바른 사제상을 정립하고 사제단의 쇄신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주교의 서한에는 징계위원회를 연다거나 가해자로 지목된 한 신부의 사제직 박탈 등 추가 징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또 피해자 김씨가 요구한 교구 내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이었던 한 신부는 김씨의 폭로 후 사제단을 탈퇴했다. 각종 사회적 이슈에 거리낌 없이 입장을 내놓던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내부 구성원인 한 신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선 25일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찰은 한 신부를 가해자로 지목한 김씨를 접촉한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중앙일보는 한 신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원교구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수원=김민욱·최모란 기자, 백성호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