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2인승 경기를 모두 마친 한국 간판 파일럿(조종수) 원윤종(33·강원도청)은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6년간 호흡을 함께 했던 파트너 서영우(26·경기연맹)와 나선 경기에서 6위에 올라 목표했던 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이다. 1차 시기 주행 실수가 발목을 잡아 내내 표정이 굳어있던 원윤종은 "4인승에선 달라지겠다. 다시 마음을 잡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6일이 지난 25일, 원윤종은 다시 원래 당당했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첫 은메달을 이끈 그는 크게 포효했다. 2015-2016 시즌 세계 1위에 올랐던 당당함이 원윤종의 표정에서 우러나왔다.
원윤종은 봅슬레이에 입문해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올라선 선수다. 2010년 11월 미국 유타 파크시티의 얼음트랙에서 처음 썰매를 탔다가 전복되면서 얼음벽을 깨 다른 나라 스태프들로부터 원망도 샀다. 봅슬레이 입문 초반 75㎏에 불과해 힘을 키우려고 하루 여덟 끼 식사를 해야 했다. 2016년 1월엔 자신을 지도하던 맬컴 로이드(영국) 코치가 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하루 5~6시간씩 달리기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고, 하루 여덟 끼 식사로 만든 110㎏ 몸무게로도 100m를 11초3에 뛰는 등 세계 톱 수준의 스타터가 됐다. 로이드 코치가 사망하고 2주 뒤엔 캐나다 캘거리 월드컵에서 개인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끌고,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라섰다.
원윤종은 강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평창올림픽을 준비했다. 그는 2013년 서영우와 남자 2인승 조합으로 결성한 뒤, 2014년 소치올림픽 남자 2인승에 처음 출전(18위)하고, 2015-2016시즌 세계 1위에 오르면서 봅슬레이 세계 톱랭커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초, 3차 월드컵을 마친 뒤 국내로 들어와 실전 훈련을 진행하면서 세계 랭킹을 쌓지 못해 한국이 남자 2인승과 4인승 모두 출전권 한 장만 따낸 게 ‘독(毒)’이 됐다. 조종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 원윤종이 모든 걸 짊어지고 가야 하는 부담이 컸다. 그리고 올림픽 남자 2인승에서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