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대기자가 170명 있다는 번호표에 당황했고, 앞에 있던 중국인 한 명이 20분 이상 소비하며 수십 개의 물건을 찾아가는 데 또 당황했다”며 “왜 인터넷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사서 이 고생을 하느냐고 애먼 와이프한테만 화를 냈다”고 말했다.
면세점 인도장 이용객 급증하는데 인프라는 부족
한시간 기다리는건 기본…세시간전에 오란 안내도
인도장 혼잡으로 비행기 출발 늦어지는 경우 발생
관세청·면세점협회·인천공항공사는 '네 탓'공방만
인도장 혼잡이 비행기 출발을 지연시키는 경우까지 있다. 이달 4일 오전 8시20분 중국 베이징으로 출발 예정이던 아시아나 비행기는 승객 50명이 탑승하지 않아 예정시각보다 2시간가량 늦게 이륙했고, 같은 날 오전 10시50분 중국 상하이로 출발 예정이던 아시아나 비행기도 18명이 탑승하지 않아 정오가 넘어 이륙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비행기 화물칸에 실어 보낼 짐을 미리 부친 승객 중 일부가 면세품 인도장에서 물건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정해진 탑승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화물칸에 짐을 부친 승객이 비행기에 타지 않을 경우 항공 보안법상 비행기에 실린 해당 승객의 짐을 모두 내린 후 비행기를 출발시켜야 한다. 주인이 타지 않은 짐에 폭발물 등 위험 물질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비행기 화물칸에서 미탑승 승객의 짐을 골라내는 작업은 최소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일각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공사의 주 수입원인 공항 입점 면세점을 위해 면세품 인도장의 혼잡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해 공사는 약 1조2000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는데 공사의 가장 큰 수입원은 면세점 임대료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절반가량을 사용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인천공항에 낸 임대료만도 5720억원이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측은 면세점협회가 인도장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늘리지 않는 등 운영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혼잡이 가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협회가 2016년 43명이던 미화 인력을 지난해 50명으로 7명 늘렸는데, 현장 상황상 훨씬 더 많이 늘려야 한고 이용객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인력을 투입하는 등 협회 측에서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게 공사 측 주장이다.
관세청에 대해서는 시내면세점만 늘려놓고 면세품 인도장 늘리기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과 면세점협회는 지난해 2월 ‘통합인도장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인도장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가시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는 나름 최선을 다해 개선책을 마련중이라고 강조했다. 하변길 관세청 대변인은 “시내면세점 현장에서 바로 물건을 인도받는 방식 등을 도입해 인천공항 인도장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희정 인천공항공사 홍보실장도 "인천공항공사 수입과 면세점 인도장 문제는 완전 별개"라며 "공사는 수익과 상관없이 인도장 면적을 늘려왔고 터미널에 분산돼 있는 인도장을 한 곳으로 통합하고 인도장 면적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