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한에서 이방카의 패션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검정·하양·빨강의 세 가지 색을 기본으로 한 ‘미니멀 룩(minimal look)’이다. 단순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기본으로 하지만,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은 절제된 스타일을 보여주는 게 그의 주특기다. 옷은 최대한 단순한 실루엣을 보여주는 디자인을 선택하고 대신 옷의 한 부분에 리본·진주 등 특이한 장식이 있거나 화려한 귀걸이를 해 포인트를 준다. 이번 방한 패션으로는 그 포인트를 '컬러'로 선택한 셈이다. 입국할 때는 화사한 이미지를 주는 하얀색을, 청와대 만찬에서는 검은색을,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는 빨간색을 내세웠다. 지난해 멜라니아 여사가 아시아 순방시 각 나라의 민속 의상을 떠올리게 하는 옷을 입었던 것과는 또 다른 '이방카식 패션외교'다.
22일(현지시각) 방한을 위해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나타난 이방카는 허리에 벨트를 맨 흰색 점이 가득 찍힌 긴 코트를 입고 나타났다. 안에는 검정 원피스를 입고 그리 높지 않은 굽의 스트랩 힐을 신었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는 출국 때와는 다른 옷으로 갈아 입었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하운드 투스 체크 코트를 입었다. 이 코트는 미국 선수단복을 디자인한 ‘랄프로렌’의 제품으로 알려졌다. 안에는 흰색에 가까운 크림색 터틀넥 스웨터와 같은 색으로 긴 치마를 입어 날씬하고 길어 보이는 롱앤린(Long & Lean) 실루엣을 만들었다. 신발은 진주 장식으로 굽을 장식한 ‘니콜라스 커크우드’의 워커 스타일 부츠를 신었다.
평창에선 미국 선수단 DNA 보여주는 빨강 선택
평창 겨울올림픽 경기장에서 이방카는 빨간색을 선택했다. 미국 대통령의 딸이자 백악관 보좌관이란 자리에서, 이번엔 미국 선수단의 모습과 결을 같이하는 모습으로 철저하게 변신한 것. 김정숙 여사와 함께 스노보드 경기를 관람할 때는 빨간색 점프수트에 미국 선수단이 개회식에서 썼던 니트 모자를, 미국 응원단과 함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볼 때는 빨강과 남색이 들어간 니트 원피스를 입었다. 올림픽 분위기에 맞게 캐주얼한 스타일을 보여줬지만 늘씬한 몸매를 강조하는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이번 방한에서는 컬러풀한 미니멀룩을 연출했지만, 지난 2017년 11월 '국제여성회의(WAW)'에 참석하기 위해 한 일본 방문에서는 화려한 꽃무늬가 들어간 원피스를 입어 이목을 끌었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림픽에 맞춘 캐주얼한 이미지와 함께 평소 그가 즐겨 입어온 미니멀한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일본에서 보여줬던 꽃무늬나 핑크색 옷보다 세련된 이미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