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은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1위(7분43초97)로 골인했다. 이승훈은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팀추월에서도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올림픽 메달(금 2, 은 3)을 목에 걸었다.
평창올림픽 첫 정식종목된 매스스타트 금메달
쇼트트랙 출신 장점 살려 막판 스퍼트로 우승
2022 베이징 올림픽 도전 의사도 밝혀
이승훈은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너무 좋았다. 마지막에 바트 스윙스(벨기에)가 스퍼트를 해주면서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매스스타트에 나서지 않던 '장거리 제왕'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는 경기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결승에서 최하위(16위)에 머물렀다. 이승훈은 "크라머르가 (먼저 치고나갔지만) 준결승 경기를 보고 스피드가 많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승훈은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는 "피니시할 때 어떤 기분이냐는 질문에 감격이 밀려왔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동안 많은 훈련 과정도 생각나고, 너무 간절히 원했던 메달이었다"고 했다. 그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꿈만 꾸던게 현실이 되서 좋다"고 웃었다. 이승훈은 "자신은 있었지만 매스스타트란 종목이 변수가 많다. '좋은 상황이 되라'는 기도도 하면서 경기에 임했다. 마지막에 스퍼트할 찬스가 생겨서 머릿속에 항상 떠올리던 대로 내 장점을 보여준 레이스를 했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2010 밴쿠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넘어진 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태극마크를 단 그는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을 따내는 사고를 쳤다. 하지만 2014 소치 올림픽에서는 1만m 4위에 머물렀다. 체격이 좋은 유럽 선수들을 이겨내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평창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월드컵 랭킹 1위에 오르고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승훈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졌다. 그만큼 어깨에 놓은 부담감도 커졌다. 하지만 이승훈은 훌륭하게 이겨냈다. 그는 "최대한 재밌게 하려고 했다. 금메달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까 최대한 마음을 비우려고 했다"고 웃었다. 그는 "매스스타트만큼은 기대를 많이 했다. 다들 기대 많이 하셨잖아요?"라고 되묻는 여유를 보였다. 이승훈의 도전은 진행형이 될 것 같다. 그는 "베이징 도전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해보겠다"고 답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금메달을 쥔 채로 말했다. 4년 뒤 그의 손에는 여섯 번째 메달이 쥐어질지도 모른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