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할랄 아니면 안 된다는 태도는 비정상입니다. 돼지고기가 안 들어갔다는 걸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편의 아닌가요?”(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지난 11일 서울대학교는 올해 1학기부터 대학 내 학생식당에서 ‘할랄푸드’ 메뉴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무슬림 학생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가격인상과 실효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국내 무슬림 유학생 늘어나면서 대학교 내에도 ‘할랄푸드’ 식당이 증가하고 있지만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할랄푸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 처리 가공돼 무슬림들이 먹을 수 있도록 식품이다. 할랄식당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도축부터 조리, 유통, 제조까지 모두 이슬람 율법에 따라 준비돼야 한다. 특히 도마나 칼, 국자 등 조리기구에도 금지식품이 묻지 않은 상태를 요구할 정도로 까다롭다.
찬성 측 "무슬림도 기본권인 식생활 보장해야"
반대 측"무슬림 수요 적고 예산문제 해결해야"
할랄 식당에 찬성하는 측은 무슬림에게도 기본적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교 안에서 할랄푸드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없는 무슬림을 위해 불편을 해소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대 오명석 인류학과 교수가 낸 ‘외국인 학생의 대학 내 생활 여건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무슬림 학생 98명 중 73명(74.5%)이 ‘캠퍼스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음식’이라고 답했다. 또한 조사에 따르면 일부 무슬림 학생들을 할랄 재료를 구하기 위해 이태원까지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 할랄 식당의 부실한 운영으로 ‘구색 맞추기’란 비난도 있다.
일주일 내내 같은 메뉴로만 제공하거나 수량이 부족해 모자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일부 무슬림 학생들은 할랄푸드 메뉴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파키스탄 출신 세종대 재학생 이자스(24‧파키스탄)씨는 “학생식당에서 할랄 메뉴를 내놓는다고 해서 몇 번 먹었는데, 할랄푸드라 부르기엔 이상한 맛에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할랄 식당을 내외국인 학생 모두에게 통하는 이국적인 식당으로 특화할 수 있는 방법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희열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 교수는 “할랄 음식 이해도 부족한 급식 업체가 많아 할랄 식당 도입 때 철저한 교육 선행돼야 한다”며 “전통 한식 고집 버리고 무슬림 입맛 맞추면서도 한국적 색깔 살릴 수 있는 메뉴 개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진·정진호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