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장사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

중앙일보

입력 2018.02.21 01:00

수정 2018.02.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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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의 퓨처스토어(1)

데이터의 시대다.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스토어의 미래 또한 데이터에 달려있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전국의 수많은 사장님을 위한 데이터 활용 비기(秘技)를 전수한다. <편집자>

 
“사실 일 하는 데 별로 관심이 없고요. 이 회사가 만드는 데이터 좀 보려고 지원했습니다.”
 
몇 해 전 세일즈 매니저를 뽑는 면접 자리였다.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냐고 묻는 말에 한 지원자가 이렇게 답했다. 이게 무슨 일 잘하다가도 잘릴 소린가.
 
 

장사는 느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근거로 한 명확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중앙포토]

 
그는 원래 장사를 하는 사람이었다. 유명 브랜드의 의류 매장을 운영했는데, 답답해서 못 견디겠더란다.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비 오는 날이라 매출이 안 나온다’는 거였다. 손님이 왜 줄었는지 모를 때 으레 하는 변명이다. 실제 비가 오는 날엔 정말 물건을 사려는 손님만 매장을 방문해 오히려 매출이 오르기도 한다.
 
장사는 ‘느낌’으로 하는 게 아니다. 어떤 물건을 어떻게 진열했을 때 손님이 더 많이 유입되고 구매를 결정하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근거 자료가 필요한 것이다. 분명히 제품의 배치나 손님을 유도하는 동선을 달리하면 매출에 차이가 나게 돼 있다.그러나  매장 구석구석 CCTV가 수십 대 달려 있어도 정작 필요한 데이터는 하나도 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그중에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살아온 연륜에만 의지해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분들의 하소연은 한결같다. “손님이 없어요.” 나름대로 목 좋다는 데 자리를 잡고 흐느적대는 인형을 문 앞에 두고 노래까지 빵빵하게 틀어보지만, 매출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
 
 

소비자를 잘 아는 기업이 높은 매출을 달성한다. [사진 freepik]



 
소비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좀비 매장’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장사가 잘될 리가 없다. 손님도 없고 수익도 나지 않는 이른바 ‘좀비’ 매장은 가게 사장님에게도, 본사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다.
 
처음 등장했던 그 발칙한 지원자는 지금 우리 회사 최고의 세일즈맨이 됐다. 여전히 감만으로 장사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매장들을 대상으로 ‘방문객 측정’이란 복음을 전파하러 다닌다.
 
 

상권 분석 데이터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진 freepik]

 
상권 분석 데이터는 사장님의 ‘감’과 전혀 달리 나올 때가 있다. 그가 만난 대기업 직원 한 분은 처음 데이터를 받아보고 ‘이거 잘못된 거 아니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 본인이 관리하는 매장들의 방문객 수나 구매 전환 비율을 나름 잘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데이터 분석 결과는 예상과 반대였기 때문이다. 그가 잘 될 거라 예상했던 매장은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1년이 넘게 데이터 분석 자료를 보며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략가가 되었다.
 
그렇다면 매장이 보아야 할 데이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하며 활용할 수 있을까? 아래 체크리스트를 보자.
 
 

장사하는 사람이 꼭 알아야 할 필수 리스트 [제작 김예리]

 
이 중 몇 개에 ‘예’라고 답했는가? 아마 대부분이 절반도 체크하지 못했을 것이다. 위 체크리스트에 등장하는 항목은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데이터 기준이다. 
 
필자는 앞으로 이들 항목을 활용해 매장 운영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선 한 가지만 기억하자. '장사는 감(感)으로 하는 게 아니다.'

 
김재홍 조이코퍼레이션 부사장 press@zoyi.co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www.joongang.co.kr/issueSeries/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