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일부 아파트, 전남 완도 섬지역 제한 급수…겨울 가뭄심각

중앙일보

입력 2018.02.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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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산림청 헬기 등이 강원 삼척시 노곡면 하마읍리 산불을 끄고 있다. 겨울가뭄이 심해지면서 강원 영동지방엔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밤 10시면 물 공급이 끊어져 2시간 일찍 가게 문을 닫으니 손해가 큽니다.”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상식(65)씨는 오후 9시 이후엔 손님을 받지 못한다. 평소 손님이 많은 날엔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했지만, 가뭄으로 물 공급이 10시부터 끊어지면서 영업을 2시간 일찍 끝내고 있다. 이씨는 “음식점은 위생이 생명인데 오후 9시부터 수압마저 약해져 청소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20년 동안 장사하면서 이렇게까지 물이 부족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속초시 전 지역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물 공급 제한
전남 완도군과 신안군 5개 섬지역 2일 급수에 10일 단수
가뭄으로 산불도 비상, 올해 들어 지난해 보다 27배 산림 불타

강원도 속초시가 계속된 가뭄으로 식수가 부족해지자 물절약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속초 지역의 취수원인 쌍천이 바닥을 드러내자 속초시가 지난 6일 야간 제한 급수를 시작했다. 속초시는 설악정수장 급수 지역인 설악동을 제외한 시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물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겨울 가뭄이 심각하다. 전남 등 남부지방에서 극성이던 가뭄은 경북과 강원 영동 지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남 일부 섬 지역은 올해 초부터 2일 급수에 10일간 단수를 하고 있다. 강원 속초지역도 지난 6일부터 제한급수 중이다. 경북 운문댐은 저수율이 댐 건설 이후 최저수준이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속초지역에는 최근 100일 넘도록 비가 내리지 않았다.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속초 지역 누적 강수량은 13.8㎜로 지난해 같은 기간(207.3㎜)의 6%에 불과하다. 강릉(8.0㎜), 동해(8.4㎜) 등 동해안 5개 시·군 강수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90.8∼231.5㎜)의 10% 미만이다. 
 

속초시가 혹독한 겨울 가뭄으로 지난 6일부터 시행 중인 밤 시간대 시 전역 제한급수 조치를 오는 20일부터 아파트 격일제 급수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가뭄극복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속초시청 직원들이 취수한 지하수를 정수장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 속초시청]

강우량 지난해의 6%인 곳도


속초시는 20일부터는 급수 제한을 확대해 지역 내 아파트 25개소에 격일제 급수 제한을 하고 있다. 윤광훈(65) 속초시번영회장은 “속초지역 물 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민들은 물을 아끼기 위해 변기에 벽돌을 하나씩 넣어두고 플라스틱 통에 물을 받아두고 생활한다”고 말했다. 속초시는 지난 19일 행정안전부에 재난 안전특별교부세 20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지난 1월부터 가뭄이 심각한 강원도 삼척‧속초·원주 등에 생수(아리수) 약 6만여 병을 공급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다목적 댐 등 물 관리는 국토교통부, 수질은 환경부, 농업용수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담당하고 지방상수도는 지방단체장에게 관리 책임을 맡긴 상태”라며 “물 관리를 일원화하고 지방상수도도 국가가 관리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전남 완도군 보길도 섬마을 주민이 제한급수로 물통에 모아둔 물을 살펴보고 있다. 보길도에서는 가뭄으로 이틀 급수, 열흘 단수가 시행 중이다. [연합뉴스]

 
전남 일부 지역도 심각한 생활용수 부족을 겪고 있다. 섬 지역인 완도군 보길·노화읍, 신안군 안좌·팔금·임자면 등 5개 지역이다. 이들 5개 지역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3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23.2%다. 보길읍 부황제 저수율은 12.6%이다.  
 
부황제에서 생활용수를 끌어다 쓰는 완도 보길·노화읍 가정에는 올해 1월 1일부터 ‘2일 급수, 10일 단수’가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은 이틀간 물을 받아 열흘을 버티고 있는 셈이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8월부터 ‘2일 급수, 6일 단수’를 겪다가 올해 초 상황이 심해졌다. 보길도 김성균(41) 청년회장은 “가정마다 받아놓은 물이 10일이 되기 전에 동날 때가 많다”며 “가정마다 3t, 5t 규모의 물탱크를 갖고 있었는데 추가로 구매했다. 앞으로는 ‘2일 급수, 14일 단수’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데 큰 걱정”이라고 했다.    
 
전남 지역 광역상수도인 4개 댐의 평균 저수율도 29.8%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 56.4%의 절반 수준이다. 전남도는 완도ㆍ신안ㆍ영광ㆍ진도 등 4개 지역에 국비와 지방비 등 833억원을 들여 식수 전용 저수지 5개를 축조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대구 동부권과 경북 경산·영천의 식수원인 청도 운문댐 저수율은 20일 현재 8.3%수준으로 1996년 댐 건설 이후 가장 낮다. 대구시는 지난 1일부터 운문댐 취수를 중단하고 금호강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 내린 평균 강수량은 767㎜로 평년 1069㎜의 72% 수준이다. 특히 최근 1개월간 강수량은 19㎜에 불과했다. 김주령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가뭄 단계별 대응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일행이 지난 7일 오후 가뭄으로 인해 저수율이 급감한 경북 청도군 운문댐을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울산도 농업·생활용수 부족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울산의 지난해 강수량은 671.4mm로 최근 30년 동안 평균치인 1280mm의 절반 정도다. 울주군의 208개 저수지의 2월 현재 저수율은 30.35%다. 이 가운데 34개는 저수율이 0%다.        
식수댐인 사연댐의 저수율은 5.3%, 대곡댐은 12.7%로 사실상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가뭄이 이어지는 데다 댐 가까이 있는 반구대 암각화 침수 방지를 위해 수위를 낮춰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6년 전국 평균 강수량은 1272mm였지만 지난해에는 967mm에 그쳤다. 20일 현재 전국 20개 주요 다목적댐 저수율은 41.5%로 한달 전(45.6%)에 비해 4.1%포인트 하락했다.  
 
산불도 비상  
 

지난 19일 전남 완도군 보길도와 노화도 주민의 식수원인 부용저수지가 가장자리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부용저수지는 지난해 강우량이 평년 대비 절반에 그친 가뭄으로 저수율 11.6%를 기록 중이다. [연합뉴스]

가뭄으로 산불도 비상이다. 20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전국적으로 모두 112건의 산불이 발생해 209.56ha의 임야가 소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1건이 발생해 7.79ha의 피해가 발생했던 것과 비교해 면적 기준으로 26.99배에 달한다. 강원도 삼척에서는 지난 11일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164개 면적에 해당하는 산림(117ha)이 사라졌다.  
현재 서울·울산·부산·대구 전역, 강원 대부분, 경기·경남·전남 일부에는 건조 경보가 발효중이다. 산림청은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 봄철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최근 몇 개월간 건조한 날씨가 산림을 메마르게 해 산불 위험이 아주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기상청 노유진 기상전문분석관은 "겨울 가뭄은 해마다 발생했지만 올해는 1월부터 비가 적게 내려 다소 심한 경향이 있다"며 "당분간 큰 눈이나 비소식이 없어 겨울 가뭄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속초·완도·울산·대구=김방현·김호·박진호·백경서·최은경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