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들은 크게 4군데의 주행로에서 차량을 심사한다. 일단 차량 실내·외 디자인과 엔진룸 배치를 평가하는 정차심사를 진행한다. 차량을 개발·마케팅하는 담당자들은 이곳에 참석해서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즉석 답한다.
심사위원과 자동차는 추위와도 싸워야 한다. 주로 기온이 낮은 2월께 최종심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COTY 심사에서는 유력한 후보 차종의 배터리가 방전되는 바람에 수상을 못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올해 추위를 뚫고 COTY에서 경쟁자들을 제친 차량은 기아차 스팅어였다. 8자형 원형주로에서 50km 속도로 달리면서 오버스티어(oversteer·스티어링휠을 돌린 각도보다 차량의 회전반경이 작아지는 현상)를 유도하던 김동륜 심사위원(금호타이어 연구원)은 “기아차 스팅어의 오버스티어는 움직임이 급하지 않고 운전자가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어 스포츠 주행의 재미를 준다”고 평가했다.
양정호 심사위원(한국타이어 연구원) 역시 기아차 스팅어로 고속주행로를 주행한 뒤 “타이어가 노면을 쥐어 차체가 노면에 붙어가는 느낌과 노면의 불필요한 특성을 배제한 승차감은 독일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내가 스팅어를 개발했다면, BMW 5시리즈와 고속주행 비교 시승 이벤트를 마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올해의차'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10개 차종이 최종 후보인데, 유럽 브랜드 6개, 일본 브랜드 3개와 함께 기아차(스팅어)가 이름을 올렸다. 세계 올해의차는 오는 4월 미국 뉴욕모터쇼에서 공개한다.
스팅어는 북미 올해의차 평가에서도 승용차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었다. 비록 지난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발표한 최종 수상은 혼다 어코드가 수상했지만, 스팅어는 도요타 캠리와 함께 단 3대뿐인 승용차 최종후보였다. 기아차가 북미 올해의차 최종 후보 단계까지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진 오후 심사에서도 심사위원들은 자동차의 본질적인 모습을 최대한 포착하려고 노력했다. 콤포트(comfort)부문상을 수상한 BMW 5시리즈는 한계주행과 일반주행에서 성능이 180도 돌변했다. 김재우 심사위원(쓰리세컨즈 대표)은 “직선주로에서 스티어링휠을 조작할 때는 주행조작성이 다소 굼떴다. 하지만 급회전로에서 한계주행을 테스트하자 갑자기 선회력이 스포츠카 수준으로 민첩해지면서도 안정성을 놓치지 않았다”며 “BMW 5시리즈의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차량”이라고 평가했다.
디자인 수상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쿠페는 안락하고 부드러운 주행성능이 돋보였다. B필러(앞뒤문 사이에서 차량 지붕을 지탱하는 기둥)를 제거한 디자인으로 운동성능을 강조한다. E클래스와 함께 디자인 받은 제네시스 G70은 스팅어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했다. 하지만 주행감각은 크게 이질적이라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평가다.
김기태 오토뷰 PD는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했지만 스팅어는 스포티한 성능을 최대한 끌어냈고, G70은 고급스러운 승차감에 집중했다”며 “같은 플랫폼으로 이만큼 색깔이 다른 차를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기아차의 기술이 향상해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주행시 승차감과 안정성을 평가하는 콤포트부문은 BMW 5시리즈(6.30점)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재우 심사위원은 “한계성능에 다다르면 BMW 5시리즈 특유의 민첩한 성능과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이프티부문에서는 볼보 XC60(9.76점)가 1등이다. XC60은 이스라엘 모빌아이가 개발한 센서·카메라를 적용한 첨단 안전사양(인텔리 세이프티)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럭셔리부문에서는 마세라티 기블리가 최고 점수(7.43점)였다. 마세라티의 주력 차종 기블리는 이탈리안 특유의 개성있는 인테리어가 고급감을 준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평가다.
올해의차 심사를 마치고 유지수 심사위원장(국민대 총장)은 “심사위원들의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방식은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는 COTY 선발 과정을 다음달 18일 다큐멘터리로 방송할 예정이다.
화성 = 박태희·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