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유나이티드' 한국 멤버 정혜윤
‘스파이스 걸스’ ‘아메리칸 아이돌’ 제작자가 10년 준비
정혜윤은 풀러가 이끄는 엑스아이엑스(XIX) 엔터테인먼트가 먼저 점찍은 인재다. 지난해 인터넷으로 정혜윤의 창작 안무를 본 엑스아이엑스는 한국 에이전시에게 그를 찾아 한국 후보 리스트에 넣어 달라고 했다. 지난해 7월 각 나라별로 4명씩 선발된 연습생 50여 명이 미국 LA에 모여 일주일간 서바이벌 오디션을 치렀다. 치열한 경합 끝에 정혜윤은 ‘나우 유나이티드’ 한국 멤버로 발탁됐다.
정혜윤의 큰 장점은 탄탄한 춤 실력과 당당한 태도다. 젊은 시절 팝페라 가수로 활동한 어머니를 닮아 노래에도 재능이 있다. “5살부터 죽 발레를 하다 중학교 때 스트릿 댄스를 시작했어요. 정해진 규칙대로 춰야 하는 발레와 달리 다양한 움직임을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어서요. 당시 ‘대학에 가지 않고 춤과 노래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해 집안이 뒤집어졌죠(웃음).”
연구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대전 대덕고에 다녔던 그는 늘 ‘튀는 아이’였다. 학교보단 연습실에 더 오래 있었고, 졸업 후엔 부모님 지원 없이 홀로 서울에 올라와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본격적으로 안무 창작을 배웠다. 부모님은 화초처럼 곱게 키운 딸이 고된 타지생활에 질려 금세 돌아올 줄 알았다. “고깃집, 카페에서 하루 알바 두 개를 마친 뒤 밤새 춤 연습을 하고 두 시간 쪽잠을 잤어요. 힘들었지만 꿈과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어요.”
“10대 내내 저 스스로 외톨이라 생각했거든요. 또래들과 잘 섞이지 못했으니까요. 그게 힘들었는데 춤을 추며 개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외국 친구들을 만나니 정말 좋았어요. 춤출 때만큼은 어떤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고, 나다울 수 있거든요. 해외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그런 이유에서 국내 기획사로부터 걸그룹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걸그룹은 대체로 기획사가 컨셉트를 뚜렷이 그려 놓고 멤버 영입을 제안하거든요. 저에게 더 잘 맞는 자리를 기다려보자고 다짐했죠." 세계라는 큰 무대에서 서고 싶은 마음이 마침내 ‘나우 유나이티드’에 닿았다.
그는 "나우 유나이티드에 발탁된 후에도 매일 하루 여덟시간 이상 연습에 매진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약을 앞둔 그는 수줍지만 당찬 얼굴로 포부를 밝혔다. “어떤 길을 택하든, 이걸 ‘좋은 선택’으로 만드는 건 제 몫이잖아요. ‘나우 유나이티드’ 데뷔 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언젠간 작사‧작곡도 하고 싶고요. 새로움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