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전투·행사동원으로 주민들 만성피로
올해 두 명절 겹쳐 쉬지 못해 아쉬워
반면 간부들은 명절물자공급 부담 덜어
음력설과 겹친 16일과 17일에도 주민들은 민족최대의 명절을 맞아 ‘만수대 동상 꽃다발 증정’, ‘김정일화 전시회’방문, ‘광장야회’, ‘충성의 노래모임’ 등의 각종 축제행사로 편히 쉴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 공장·기업소 등의 간부들이 “‘올해 두 명절이 겹치면서 명절물자공급 부담을 덜었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며 기뻐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사회주의 진영 붕괴·자연재해 등으로 경제가 기울면서 식량을 비롯한 식품배급이 어려워지자 주민 공급 책임의 대부분을 공장·기업소 간부들에게 넘겼다.
김정일은 “후방사업은 곧 정치사업”이라는 구호 아래 간부들이 자기 단위 종업원들을 돌보는 책임을 지도록 했다. 여기서 ‘후방사업’은 종업원들이 맡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그들이 먹고 입고 쓰고 사는 문제를 잘 보살펴주고 생활상 편의를 돌보아주는 일을 말한다.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후방지원이 필요하듯이 모든 일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먹고 입는 문제가 중요하다는데서 비롯된 말이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후방사업’이 한층 더 강화됐다. 2016년 5월 개최된 제7차 당대회를 계기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전면 확립을 공식화한 북한은 공장·기업소에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확대했다. 독립채산제경영을 기본으로 하는 이 제도는 종업원의 생활보장을 간부의 능력 평가 가운데 기본항목으로 포함시켰다.
특히 명절 때 고기·수산물·술 등 먹거리들을 공급하지 못하는 직장간부는 종업원들의 비난 대상이고 상급당 조직으로부터 추궁도 받는다. 평양의 ‘잘 나가는 무역회사’ ·권력기관 등은 명절식품을 괜찮게 공급하지만, 대부분의 많은 공장·기업소들은 안간힘을 쓰며 간신히 돼지고기 1∼2Kg, 술 1∼2병 정도를 공급한다.
평양시 중앙기관 책임일꾼으로 근무했던 탈북민 김모씨는 “4대 명절, 음력설 한두 달 전부터 간부들은 명절물자 마련으로 고민한다”며 “간부들은 ‘명절이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털어놨다. 북한에서 4대명절은 김일성생일(4.15), 김정일생일(2.16), 정권수립일(9.9), 노동당창건일(10.10일)이며 2003년부터는 음력설에 3일의 휴일이 주어지고 있다.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