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실버 푸드는 연화식(軟化食)이다. 일상에서 흔히 먹는 음식을 씹고 삼키기 편하게 만들었다. 현대백화점의 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에선 지난해 10월 연화식 전문 브랜드를 만들었다. 국내 처음으로 연화식 전문 제조시설을 갖추고 부드러운 스테이크 등 기술 2종에 대해 특허를 신청했다. 고등어 등 8종류 생선을 뼈째 먹을 수 있도록 시범 생산해 병원 환자에게 공급하고 있는데, 이르면 올해 안에 일반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치아·소화기능 약해진 고령층에
씹고 삼키기 편한 ‘연화식’ 인기
덜 딱딱한 연근·우엉조림도 나와
연화식은 겉모습도 중요하다. 먹기 편하게 하되, 음식 모양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기존 가루나 액상 형태의 ‘병원 환자식’과 구별된다. 김미영 아워홈 식품연구원 팀장은 “영양 공급 차원을 넘어 먹는 즐거움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층은 젊은 시절 먹던 음식을 그대로 먹고 싶어하는 욕구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식사 외 음료 등 다른 먹거리 분야도 실버 푸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정식품은 지난해 ‘베지밀 5060 시니어 두유’를 내놨다. 오메가3 지방산 등 고령층을 위한 성분을 더했다. 이마트도 고령층 필수 영양소를 강화한 전용영양식 6종류를 출시한 바 있다. 일동 후디스와 매일유업 등 유제품 업계도 고령층을 위한 분유나 유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은 공식적 고령사회가 됐다. 전체 인구 7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이다. 아프고 빈곤한 고령자뿐 아니라 건강하고 구매력 있는 고령자도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과자나 유제품 소비가 줄면서 대신 파이가 커진 고령층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6년에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선 일본에선 ‘카이고(介護·곁에서 돌봄)식품’으로 불리는 다양한 실버 푸드가 발달했다. 일본 정부도 ‘스마일케어식’이라는 정책을 통해 분류기준을 만드는 등 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로손 등 편의점에는 고령자 코너가 마련돼 있고 카이고 전문 레스토랑이나 배달 서비스도 활발하다. 일본 카이고 식품 시장 규모는 2012년 처음으로 1조원 규모를 넘어 2조원 대를 바라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고령 친화 식품으로 불리는 실버 푸드 시장의 국내 규모는 2015년 7903억 원으로 5년 동안 54.8% 늘었다. 지난해엔 1조1000억 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각 음식을 치아 섭취, 잇몸 섭취, 혀 섭취 등 3단계로 구분해 표기하는 ‘고령친화식품 한국산업표준(KS)’을 시작했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