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이행하지 않고 무작정 공장부터 폐쇄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군산공장을 폐쇄하기 전까지 GM 경영진은 생산성을 높이려는 경영 조치를 거의 취하지 않았다. 한국GM의 매출액 대비 원가율은 2009년부터 90%를 넘어섰다. 예컨대 자동차를 3000만원에 판다면 이 중 원가가 2700만원이 된다는 얘기다.
경영진도 노조도 화 키웠다
GM, 수익 불가능한 구조 10년 방치
공장 멈춰도 노조원 임금 80% 보전
르노는 판매량 급감 때 자금 투입
노조와 힘 합쳐 ‘최고 실적’ 부활
한국GM 경영진이 손을 놓고 있던 것과 달리 위기가 닥치자 르노자동차그룹은 부산공장에 1700억원의 긴급자금을 투입했다. 또 계열사인 닛산자동차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도록 물량을 몰아줬다. ‘부품 국산화 정책’ 등 경영혁신책도 주효했다. 덕분에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27만6808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고 수출 기록(17만6271대)을 경신했다.
현재 시점에서 공장을 폐쇄한 것이 시기적절한 조치였는지도 의문이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7일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시작했다. 노사가 인건비 절감 등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찾고 생산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다. 비용 절감을 위한 자구 노력을 아직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두 회사 노동조합의 태도도 극명히 다르다. 한국GM 노조는 2조원의 적자가 누적된 지난해에도 과도한 임금·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위기 상황에서도 지난해 임금교섭에 231일을 허비한 뒤 1월 9일 겨우 협상을 마무리했다. 한국GM은 “지난해 전 세계 GM 사업장 중 적자인데 성과급을 지급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반면 르노삼성차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무파업으로 임금협상을 마쳤다.
경영진·노조의 엇갈린 태도는 극명한 생산성 차이로 이어졌다. 한국GM 군산공장이 GM 글로벌 사업장 중 최저 수준의 생산성을 기록하며 폐쇄한 반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생산성 지표(HPU·차량 1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해관계자와 의사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산공장 폐쇄 의사 결정은 9일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열린 한국GM 이사회가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배리 엥글 사장, 카허 카젬 대표 등 임원진은 군산공장 폐쇄 안건을 통과시켰다. 물론 배리 엥글 사장이 방한해 기획재정부·KDB산업은행·지방자치단체 관계자를 만났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이해관계자들은 모두 “구체적인 내용은 듣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이남석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구 노력이 실패하면 그 결과로 공장 폐쇄가 뒤따를 수는 있지만, 공장부터 폐쇄해 놓고 ‘자구 노력’이라고 주장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