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난입 30대 男, 범행 후 택시 운전사에 건넨 말

중앙일보

입력 2018.02.1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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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공연 중 난입해 셀카를 찍은 남성.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공연 무대에 난입해 공연을 방해한 30대 남성의 범행 후 행적이 공개됐다. 13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30대 한국계 미국인 박모(37)씨는 지난 10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경찰에 붙잡히기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당시 박씨를 태우고 강릉 관동하키센터까지 이동한 택시운전사 A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당일 오후 7시쯤 택시를 타자마자 얼굴을 들이밀더니 '나를 아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박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개회식 공연 난입 장면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의 행동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A씨가 "왜 그랬냐"고 묻자 박씨는 "사업을 하려는데 아버지가 사업자금을 안 준다. 아버지가 '너는 아직 경험이 없고 사업을 하려면 외부에 알려져야 한다'고 했다"면서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자리는 올림픽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박씨는 개회식을 포함해 세 번 더 난입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박씨를 내려준 뒤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테러를 저지르지는 않을까 염려돼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경기장 주변 경찰에 알렸다"면서 "개회식과 남북 단일팀 경기가 두 번의 목표였다면 마지막 목표는 폐회식일 것 같아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날 강원지방경찰청 평창경찰서는 남북단일팀 경기가 끝난 뒤 관동하키센터 화장실에서 박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검거 당시 박씨는 화장실에서 양말을 빨고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네 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며 "직업이 없어 개회식을 통해 나를 알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조사에서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고 횡설수설했고, 그가 조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를 마치고 풀려난 박씨는 12일 오후에도 스파이더맨 가면을 쓰고 강원 미디어센터에 나타나 춤을 추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한편 개막식이 열린 9일 오후 9시15분쯤 박씨는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김남기(81)옹의 '아리랑, 시간의 강' 공연 무대에 난입해 손을 흔들며 사진을 찍는 등 소란을 부렸다. 
 
당시 조직위 관계자에게 붙잡힌 박씨는 갑자기 몸이 아프다고 해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달아났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