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서울의 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58㎍(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미세먼지 예보의 '나쁨'에 해당했다.
찬 바람이 불지 않으면 미세먼지가 치솟는 게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됐다. 한반도 겨울의 특성을 나타내는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미세먼지 오염 원인 두고 논란
그러다 보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미세먼지 줄이기 정책을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때 서울시에서 실시한 지하철·시내버스 대중교통 무료 이용에 대한 비판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발 오염이 우세하다는 쪽에서는 "중국 탓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승용차 오염 줄이기 해봐야 소용이 없고, 대중교통 무료 이용으로 예산만 낭비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 오염이 우세하다고 생각하는 쪽에서는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노력을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비판만 한다"고 맞선다.
시민·환경단체도 "정부가 중국에 대해서는 아무 소리도 못 한다"는 쪽과 '국내 오염을 줄이기 위한 시민 실천이 시급하다"고 다른 목소리를 낸다.
과연 중국 오염이 문제일까, 국내 오염이 문제일까. 진실은 무엇일까.
정부 발표가 논란에 기름 부은 셈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달 15~18일 미세먼지 오염이 치솟아 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됐을 때 중국발 오염물질 비중이 38~57%였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일부에서는 "평소 중국발 대기오염 물질의 비중이 30~50%이고, 미세먼지가 고농도 현상을 보일 때는 중국 오염물질 비중이 60~80%에 이른다고 했는데, 왜 이번에는 낮은 것으로 발표했느냐"고 비판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장임석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38~57%는 지난달 사례에 국한된 것이고, 중국의 비중이 연평균 30~50%나 오염이 심할 때 60~80%에 이른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중국 오염물질 곧장 한반도로 날아올까
반면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김순태 교수는 "중국의 오염물질이 서해를 지나면서 희석이 되지만 다 없어지지는 않고, 중국 오염물질의 3분의 1 정도는 한반도로 날아온다"며 "일부는 서해를 건너면서 뭉쳐지면서 늘어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환경학과 이태형 교수팀은 지난 2015년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동북아시아 유기 미세입자 생성 및 장거리 이동 연구(Ⅲ)’ 보고서를 통해 중국 오염물질이 어떤 식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이 교수팀은 서해 백령도에 설치된 정밀분석 장비를 활용, 2012년부터 세세한 대기오염 성분을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이 교수팀은 이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한반도로 날아오면서 희석되고 흩어지지만, 서해를 건너는 도중에 눈덩이처럼 뭉쳐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먼저 석탄·석유가 탈 때 배출된 탄화수소는 서해를 건너면서 산화 과정을 겪게 되는데, 탄화수소에 산소가 결합해 질량이 최고 50%까지 증가한다는 것이다. 서해를 건너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면 장 교수는 “백령도는 북한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군부대나 선박 등 백령도 자체에서도 오염물질 배출이 많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의 오염 비중 분석 믿을 만한가
미세먼지 분석 모델은 오염물질 배출량 자료와 풍향·풍속 등 기상 자료를 바탕으로 오염물질이 어디서 왔는지 추정하는 방식이다.
장 교수는 "중국에서 불어온 기류가 서해 상공을 지나는 동안 미세먼지 오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측이 어렵고, 중국의 오염물질 배출량 자료도 부실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산업시설 등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 자료는 몇 년 전 자료인 데다, 배출량은 매일, 계절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그때그때 산출하는 중국 오염의 비중은 부정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순태 교수는 "모델에 입력하는 풍속·풍향 등의 데이터를 한 가지만 입력해서 그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수치를 입력해 여러 가지 분석 결과를 얻은 다음 종합적으로 판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6일 모델 관측 외에 직접 측정을 통해 중국 오염의 비중을 산정, 발표했다. 질소산화물·황산화물 등 오염물질 농도와 여기서 만들어지는 질산염·황산염 농도를 측정해 국내외 오염 비중을 판정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중국 오염물질 속에는 국내 오염물질보다 황산화물 농도가 높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난달에도 질산염 생성속도가 황산염 생성속도보다 높다는 것을 근거로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오염 비중이 더 컸다고 판정했다.
한국외대 환경공학과 이강웅 교수는 "최근 중국 오염물질에서도 황산화물 농도가 빠르게 낮아져 중국발 오염물질과 국내 오염물질을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발 오염물질이 50%는 된다"
지난해 김순태 교수는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수도권 대기개선 대책 효과 분석 연구' 보고서에서 서울 등 수도권의 미세먼지(PM2.5) 오염에서 중국발 오염물질 비중이 연평균 44%에 이르고, 특히 봄철엔 59%까지 높아진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 7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한-유럽연합(EU) 대기오염과 건강 공동 워크숍'에서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송철한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미세먼지(PM10) 기준으로 중국발 오염 물질의 기여도(비중)는 40~60%"라고 밝혔다. 중국의 비중이 50%라고 보고, 현재 국내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6㎍/㎥에서 중국 영향을 제외하면 23㎍/㎥로 낮아져 프랑스 파리나 일본 도쿄, 미국 뉴욕과 큰 차이가 없어질 것이란 게 송 교수의 주장이다.
장재연 교수도 "중국 오염이 연평균으로는 30%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경농도 수준이고,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 때는 한국의 오염이 훨씬 크다는 입장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연평균 비중
이 때문에 매번 중국 오염의 비중을 따질 것이 아니라 연평균치에 바탕을 두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 달부터 미세먼지(PM2.5) 환경기준치를 강화할 경우 기준치를 초과하는 날이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국 영향 없이 국내 오염 탓으로만 환경기준치를 초과하는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김순태 교수는 "국내 오염을 줄이게 되면 고농도 오염이 발생하는 날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연 교수도 "오염이 심할 때마다 과도하게 중국 오염의 영향을 강조하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며 "평상시부터 국내 오염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염도가 치솟은 다음 부랴부랴 효과도 없는 대책을 내놓으면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입장이든 전문가들 모두는 중국 탓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한다. 중국이 오염을 줄이도록 우리 정부가 외교적인 노력을 계속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오염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게 정답이라는 셈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