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는 아이스댄스를 빼곤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가지 않은 연주곡만 쓸 수 있었다. 그러나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2014~2015년 시즌부터 피겨 경기 주제곡에 가사가 나올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올림픽에서는 이번 평창 대회가 첫 번째 무대가 된다. 이제 올림픽 피겨 모든 종목에 가사가 들어간 다양한 음악이 나오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젊은 관중을 끌어들이고 젊은 선수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시도”라며 “가사는 선수들이 연기하는 것을 돕고, 무심한 팬들을 (경기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나 비제의 ‘카르멘’ 등이 피겨 음악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지만, “요즘은 모차르트처럼 모비를, 베토벤처럼 비틀스를, 바흐처럼 (저스틴) 비버를 들을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전했다. 정통 클래식 명곡이 피겨의 단골 음악으로 사용됐던 과거와 달리 대중음악 등으로 장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선수들은 록 밴드인 콜드플레이부터 팝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등 다양한 뮤지션의 음악을 경험할 수 있다고도 NYT는 덧붙였다.
NYT는 말레이시아 피겨 선수 줄리안 이의 선곡을 사례로 꼽았다. 평창 겨울 올림픽이 데뷔전이 될 그는 인기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나 차이콥스키 대신 미국 가수의 노래를 택했다.
만약 그가 쇼트 프로그램을 좋은 성적으로 통과해 프리 스케이팅(롱 프로그램) 연기에 나선다면 평창 은반에서는 제임스 브라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전망이다. 제임스 브라운은 ‘소울의 대부’로 불려온 전설적인 미국 가수다.
이 같은 흐름에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NYT는 “코치와 일부 선수들은 이를 경계한다”고 전했다. “클래식 음악을 토대로 한 피겨 경기를 시시하게 만들 것이라는 두려움”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2010년 올림픽 남자 피겨 싱글에서 금메달을 따낸 에반 라이사첵의 코치 프랭크 캐롤은 “가사가 많으면 진정한 예술적 감흥이 없다”며 “그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피겨 페어 종목에 출전하는 독일 선수 브루노 마소트도 “가사는 퍼포먼스를 시시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