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접촉 불발된 올림픽 리셉션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서 리셉션을 열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펜스 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인 한정(韓正)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남·북·미·중·일의 정상급 인사가 모이면서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6자회담 당사국 중 러시아를 제외한 5개국이 10년 만에 머리를 맞댄 모습이 예상됐다. 특히 ‘전쟁 불사’ 발언을 주고받던 미국과 북한의 만남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펜스 개회식 중 ‘군사 옵션’ SNS 글
문 대통령, 김여정·김영남 순서로 악수
이런 상황에서 펜스 부통령이 북한 대표와 같은 자리에 앉는 것을 거부하는 듯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펜스 부통령은 미국 선수단과 저녁 약속이 돼 있어 (불참이) 사전 고지됐고,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공지했다. 그는 “포토 세션에만 참석한 뒤 빠질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이 ‘친구들은 보고 가시라’고 요청해 리셉션장에 잠시 들른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헤드테이블 빈자리에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아메리카’라는 명찰이 올려져 있어 청와대의 설명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리셉션에 이은 개회식 귀빈석도 북·미 간 접촉을 기대하고 배치됐다. 1열에는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내외, 아베 총리, 한정 상무위원이 나란히 앉았다. 바로 뒷줄은 김영남 위원장과 김정일의 동생 김여정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의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개회식장에 입장하자마자 김여정·김영남 순서로 악수를 하고 인사를 건넸다. 김여정과는 첫 대면이었다.
반면 펜스 부통령은 자국 선수단 입장 때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손을 흔들었지만 개회식 내내 북한 인사들과 대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오히려 개회식이 진행 중이던 오후 9시11분쯤 “우리는 (북한에) 모든 경제적·외교적 압박을 가하면서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 보기 위해 모든 군사적 옵션을 유지할 것”이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반면 아베 총리는 리셉션에서부터 김영남 위원장과 접촉했다. 두 사람의 자리 사이에는 한정 상무위원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있었다. 그랬지만 아베 총리는 김 위원장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한 뒤 통역을 사이에 두고 5분 이상 이야기를 이어 갔다.
MB, 귀빈 아닌 일반 출입구 입장
리셉션과 개회식에는 전직 대통령 중 유일하게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리셉션 시작 전 도착했다. 하지만 외국 정상급이 아닌 이유로 입구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과 악수나 기념촬영 등의 의전 없이 일반 출입구를 통해 리셉션장에 입장했다. 개회식에서도 문 대통령의 자리와 먼 곳에 앉았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