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으로] 16년 만에 남한서 공연한 북한 예술단 실체
이번 공연에서 북한은 클래식과 팝 심지어 한국 가요까지 폭넓게 펼쳤다. 한국가요로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왁스의 ‘여정’ 이선희의 ‘J에게’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 등을 불렀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모 고용희(2004년 사망)의 애창곡이다. 김정은에겐 일종의 사모곡인 셈이다. 예술단 공연 여부와 그 내용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체제 선전을 기획·실행하는 선전선동부 승인 과정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길 수밖에 없다.
김일성 정권 전부터 이념 전달 도구
영화광 김정일, 최은희·신상옥 납치
김정은, 서구적 요소 도입 파격 변신
단원 어릴 때 뽑아 혹독한 훈련
체제 나팔수지만 실력 세계 수준
노동신문 “식량 수천만t보다 위력”
이번 공연 반미·남남갈등 유발 노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는 “북한의 예술 정치는 그 어느 나라보다 고도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연에서 클래식과 팝을 내세운 것 역시 표면적으론 남북화해 메시지를 보내는 척하며, ‘우리도 팝을 즐길 줄 아는 정상 국가’라는 이미지를 전파하려는 고도의 정치 선전”이라고 말했다.
◆‘독재 통치술’ 위해 한국 감독·배우 납치=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근로대중을 정치사상적으로 교화하고 온 사회를 혁명화, 노동계급화”한 사회주의국가를 건설을 주창했다.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은 영화였다. 73년 직접 ‘영화예술론’을 발표하며 김일성 주체사상에 입각한 문예이론을 영화 분야에 접목시켰다.
이 납치극을 2015년 책 『김정일 프로덕션』(부제:세상에서 가장 황당하고 대담한 납치극)으로 펴낸 프랑스 영화감독 폴 피셔는 “김정일에게 영화는 자신만의 독특한 ‘독재 통치술’을 연구하는 교본이었다”고 평가했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친위 선전대’=2009년 셋째 아들 김정은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한 김 위원장은 같은 해 은하수관현악단을 만들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역시 집권 후 모란봉악단(2012년)과 청봉악단(2015년)을 잇따라 창단했다. 그는 “모란봉악단의 기본사명은 우리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힘 있는 무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악단 단장이 현송월이었다.
김정은은 아버지와 달리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한복을 입고 가사를 중시하는 음악을 지향했다면, 김정은은 모든 음악 요소들을 관례에서 벗어나 대담하게 혁신했다. 그가 처음 창단한 모란봉악단은 2012년 7월 첫 공연에서 하이힐과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미국 영화 ‘록키’의 주제곡과 팝송 ‘마이웨이’를 연주했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무대였다.
이번 남한 공연에 일부 단원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모란봉악단은 현재 북한 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김정은 친위 선전대’라고 한다. 김 교수는 “모란봉악단은 북한 문예를 총괄 지휘하는 선전선동부 직할이라 예술단 중 서열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해 5월 모란봉악단을 “몇천만t의 식량에도 비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라는 제하로 1면에 보도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도 “우리 당 사상문화 전선의 제일 기수, 제일 나팔수들”이라며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예술의 위력은 천만 자루의 총이나 수천t의 쌀로도 대신할 수 없다”고 극찬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예술을 혁명의 도구로 삼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의 전통이다. 과거 북한이 ‘사회주의 제일’을 대외에 선전했다면, 지금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민족 감정을 부추겨 반미의식을 고취하고 남남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이번 공연에 내포된 선전선동”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S BOX] 신분 상승 사다리, 평양음대 경쟁률 8000대 1
평양음악무용대학을 다닌 김철웅 교수는 ‘음악 엘리트’ 출신이다. 북한에서 5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8살에 대학에 입학했다. 김 교수는 “예술은 북한 사회에서 신분상승의 사다리”라고 말했다.
그는 “당에 의해 예술 영재로 발탁되면 명문 학교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고, 명문 음대에 입학하면 군 면제 혜택을 얻는다. 또 명문 음대를 졸업하면 거의 대부분 평양 소재 예술단에 발탁되는데, 그럼 바로 평양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영재발굴 시스템은 체계적이다. 문화성·교육성이 매년 전국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독창·독주 경연을 개최해 이 중에서 영재를 발굴한다. 영재를 발굴하는 기준은 현재의 실력보다는 잠재된 예술성이다. 장래의 외모와 출신 성분 등도 심사 기준이다. 이 때문에 아이의 부모 역시 심사대상이 된다. 외모 유전자를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렇게 영재로 뽑힌 아이들은 평양음대 등 명문대에 지원할 자격이 생기며, 10여 단계의 전형 중 일부를 건너뛰는 혜택도 받는다.
김 교수는 “내가 입학할 땐 9명 뽑는데 약 6000명(경쟁률 670:1)이 몰렸다. 현재는 인기가 더 높아져 경쟁률이 8000:1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에 의해 예술 영재로 발탁되면 명문 학교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고, 명문 음대에 입학하면 군 면제 혜택을 얻는다. 또 명문 음대를 졸업하면 거의 대부분 평양 소재 예술단에 발탁되는데, 그럼 바로 평양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영재발굴 시스템은 체계적이다. 문화성·교육성이 매년 전국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독창·독주 경연을 개최해 이 중에서 영재를 발굴한다. 영재를 발굴하는 기준은 현재의 실력보다는 잠재된 예술성이다. 장래의 외모와 출신 성분 등도 심사 기준이다. 이 때문에 아이의 부모 역시 심사대상이 된다. 외모 유전자를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렇게 영재로 뽑힌 아이들은 평양음대 등 명문대에 지원할 자격이 생기며, 10여 단계의 전형 중 일부를 건너뛰는 혜택도 받는다.
김 교수는 “내가 입학할 땐 9명 뽑는데 약 6000명(경쟁률 670:1)이 몰렸다. 현재는 인기가 더 높아져 경쟁률이 8000:1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