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가 주는 감흥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세계 최고층(163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 이야기다. 서울에도 현기증 나게 높은 빌딩이 있으니 말이다. 되레 인상 깊었던 건 ‘팜 아일랜드’였다. 두바이 정부가 관광·부동산업을 극대화하기 위해 2001년 착공한 인공 섬 프로젝트다. 섬 3개를 만들려던 야심찬 계획은 2009년 두바이 정부가 채무상환 위기를 맞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하나 유일하게 완공된 섬 ‘팜 주메이라’만 봐도 기가 막히다. 야자수 모양으로 만든 섬에는 현재 주택 4500채가 있는데 2008년 분양 개시 사흘 만에 모두 팔렸다.
13조원 들인 인공섬 ‘팜 주메이라’
하늘서 보면 야자수 감싼 초승달
5개 테마파크 뭉친 ‘두바이 파크’
무더위 피할 실내 놀이시설 많아
신화 속 수중도시를 본딴 아틀란티스 호텔을 둘러본 뒤 헬기를 탔다. 조종사는 헬기를 북쪽으로 몰았다.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 하늘을 찌르는 부르즈 칼리파 등 두바이 상징물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인공 섬들이었다. 초승달이 감싼 야자수 모양의 팜 주메이라가 또렷했고, 미완의 섬인 ‘팜 데이라’와 세계 지도를 본딴 ‘더 월드’도 눈에 들어왔다. 하늘에서 굽어보니 어린아이가 만들 다 만 모래성 같았다. 문득 10년 뒤 인공섬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중동 최대 규모 테마파크
최근 두바이에 가족여행객을 사로잡는 시설이 생겼다. 중동 최대 규모 테마파크인 ‘두바이 파크’다. 여의도보다 조금 작은 2.3㎢ 사막 땅에 5개 테마파크와 호텔 하나가 들어섰다.
셰이크 제이드 로드를 따라 남서쪽으로 달리니 UAE 수도인 아부다비에 인접해 두바이 파크가 나타났다. 5개 테마파크의 관문인 ‘리버랜드 두바이’로 들어섰다. 1㎞에 이르는 인공 강 주변에 1950년대 미국 할리우드 거리, 프랑스 시골마을을 본딴 산책로가 조성돼 있었다. 여느 테마파크처럼 예쁜 건물들은 식당·카페·기념품숍으로 쓰인다.
모래 언덕에서 본 일몰
누구나 사막을 동경하지만 사하라나 고비사막을 갈 순 없는 노릇. 두바이가 고마운 건 그래서다. 안전하고 접근성 좋은 사막을 품고 있어서다. 시내에서 1시간만 나가면 지평선 끝까지 모래언덕이 춤추는 장관이 펼쳐진다. 사막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1인 약 8만원)으로 여러 체험을 하고 싶다면 사막 사파리 투어가 제격. 기사가 숙소로 손님을 태우러 오고 데려다줘서 편하다.
오후 3시, 일행 5명을 태운 하얀색 도요타 랜드크루저가 호텔로 왔다. 정확히 1시간을 달리니 온통 황토색인 사막에 당도했다. 자동차가 하나둘 모여들더니 십여대가 정렬했다. 기사들이 일제히 차에서 내려 타이어 바람을 뺐다. 맹폭하게 차를 몰며 사막을 질주하 ‘듄베이싱(Dune bashing)’을 준비하는 거다. “아 유 레디?” 기사 압둘이 외쳤다. 이윽고 자동차가 롤러코스터처럼 모래언덕을 휘젓고 다녔다. 차가 전복될듯 스릴 넘쳤다. 오후 6시. 한참을 달리던 차들이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저마다 모래언덕에 자리를 잡고 하늘과 땅이 모두 붉게 물드는 장관을 넋놓고 바라봤다.
땅거미가 내려올 무렵 캠프로 이동했다. 아랍 유목민인 베두인족 캠프처럼 꾸민 공간이다. 양고기 바비큐와 커리를 먹고, 밸리댄스와 이집트 탄누라 댄스를 감상했다. 캠프 곳곳에는 아랍 의상을 입어보고 헤나 문신을 하고 물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사막마저도 테마파크처럼 꾸며놓은 게 ‘두바이답다’ 싶었다. 아랍문화와 사막을 맛보고픈 사람에게 이 정도면 제법 그럴싸한 ‘아라비안 나이트’ 아닌가.
◆여행정보
두바이는 한국보다 5시간 느리다. 화폐는 디르함을 쓴다. 1디르함은 약 300원. 에미레이트항공·대한항공이 인천~두바이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emirates.com)을 이용하면 두바이에서 더 알찬 일정을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 오후 11시30분 출발, 오전 5시에 도착하며, 두바이에서는 오전 3시30분 출발, 인천에 오후 4시50분 도착한다. 헬기투어는 15분 약 23만원, 사막 사파리 투어는 약 8만원이다. 하나투어·인터파크투어 등 국내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두바이 파크(dubaiparksandresorts.com)는 하루에 테마파크 2곳을 이용하는 입장권을 추천한다. 285디르함(약 8만원). 두바이관광청 홈페이지(visitdubai.com/ko) 참조.
두바이(UAE)=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