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트와이스가 지난해 6월 일본 데뷔 앨범 ‘#TWICE’를 발매하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 내 한류는 휴지기였다. 2010년대 들어 ‘혐한(嫌韓)’ ‘반한(反韓)’ 등 한국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 빅뱅·엑소·방탄소년단 등 보이그룹의 투어가 꾸준히 이어지긴 했지만 팬덤 밖으로 퍼지진 않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연말 특집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 출연도 2011년 동방신기·소녀시대·카라가 마지막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와이스가 지난 연말 TV 아사히 연말특집 ‘뮤직스테이션 슈퍼 라이브’에 이어 ‘NHK 홍백가합전’까지 출연하니 K팝 팬들은 들썩일 수밖에 없었다. 앞서 활동한 한국 가수들도 일본어에 능통하긴 했지만 트와이스는 멤버 9명 중 3명(미나·사나·모모)이 아예 일본인이다. 의사소통에 장벽이 없을뿐더러 K팝 그룹에 일본 멤버가 진출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새 앨범 ‘캔디 팝’ 현지화 전략 눈길
‘친구 같은 아이돌’ 이미지 내세워
애니·실사 결합 뮤직비디오 호평
음반 판매 늘며 한류 재점화 예감
국내에서도 유일무이한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정규 1집 ‘트와이스타그램(twicetagram, 32만장)’을 비롯해 지난해 발매한 앨범 4장의 누적 판매량만 103만장에 달한다. 평균 3달에 한 번꼴로 신곡을 발매하는 연중 컴백 시스템으로 데뷔곡 ‘우아하게’부터 ‘하트 셰이커(Heart Shaker)’까지 7곡의 뮤직비디오 모두 유튜브 조회 수 1억 뷰를 넘기는 등 차별화 전략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2015년 10월 데뷔 후 1년 만인 지난해 골든디스크에서 음원 대상을 탄 데 이어 올해는 걸그룹으로는 유일하게 음반·음원 부문 모두 본상을 받는 남다른 성과를 거뒀다.
트와이스의 일본 활동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백기를 줄이되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을 추구한다. 신곡 ‘캔디 팝’은 ‘낙낙(KNOCK KNOCK)’을 선보인 한일 작곡가 콤비 이우민-마유 와키사카가 만들었다. 뮤직비디오도 ‘러브 라이브’의 쿄고쿠 타카히코 감독이 연출을 맡아 트와이스 멤버들 캐릭터에 기반한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결합해 제작했다. ‘러브 라이브’는 음반사 란티스와 애니메이션 제작사 선라이즈가 손잡고 2010년 미소녀 잡지 ‘G’s 매거진 연재로 시작해 애니메이션·음악·게임 등으로 발전한 가상 아이돌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JYP 측은 “일본 로컬 시장에 최적화된 콘텐트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아이돌 개념 자체가 다르다. AKB48처럼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아이돌, 내 곁에 있는 친구 같은 아이돌을 좋아한다”며 “애니메이션과 음악 산업이 협력해 소비자 접점을 넓혀가는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한 달 동안 6개 도시에서 8회에 걸쳐 쇼케이스 투어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와이스는 지난해 도쿄체육관에서 대대적으로 데뷔 쇼케이스를 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사이타마시나 세토시 같은 위성·소도시를 돌며 신곡을 들려주는 지역 밀착형 만남을 택한 것이다. AKB48이 니가타를 거점으로 하는 NGT48, 세토 내해에 배를 띄워 선상에서 활동하는 STU48 등으로 확장된 것처럼 스타와 팬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미묘 편집장은 “카라와 소녀시대 역시 일본에서 발표한 곡은 남성에게 섹시함을 어필하는 곡보다 여성팬이 이입하기 쉬운 곡이 많았다”며 “동경의 대상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모험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이 점차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