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일본 등의 베이징 주재 해외 언론사들은 지난달 20일 무렵 주중 북한 대사관 관계자로부터 방북 취재 초청을 받았다. 대사관 관계자가 개별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곧 평양에 들어갈 수 있으니 비자 신청 준비를 해두기 바란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주 초반부터 갑자기 “상부 방침이 변경돼 방북 취재를 할 수 없다”는 방침이 언론사들에 통보됐다.
“평창 앞 국제사회 비판 최소화 의도”
“대내 결속하며 강경무드” 분석 갈려
국정원 “장거리 미사일 공개 가능성”
북한이 전례와 달리 이번 열병식을 대내 행사로만 치르기로 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다. 초청을 받았다가 막판에 취소당한 일본 언론의 한 북한 담당 기자는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형성된 대화 분위기 속에 열병식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의 신형 미사일 등을 동원한 무력 과시로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최대한의 강경 무드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북한 열병식의 관심사인 ICBM이나 무인기(UAV) 발사대는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았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전했다.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열병식 준비 동향을 관찰해 온 미국 군사전문가 조셉 버뮤데즈는 38노스 기고문에서 “훈련장이나 중장비 보관 지역에서도 ICBM이나 UAV 발사대 등을 아직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버뮤데즈 연구원이 근거로 삼은 위성사진은 시차가 있는 데다 북한도 미국의 위성 촬영 등에 대비해 관련 장비를 일부러 공개하지 않으며 심리전을 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또 “열병식 훈련 참가 병력이 지난달 28일 1만2000명에서 1만300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5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ICBM 관련 우려를 표명했다. 국회 정보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국정원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 군인들이 집결해 있는데 이동식 발사대가 보였다고 한다. 따라서 국정원은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같은 무기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별도의 기고문에선 북한이 우리 측의 북방한계선 인근에 공기부양정 기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위성사진을 분석해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 비욘드 패럴렐에 지난 5일(현지시간) 게재한 기고문에서다. 평양에서 남서쪽으로 135㎞ 떨어진 해당 지역 이름은 서해안의 연봉리로, 북방한계선 바로 북쪽 지점이다. 북한은 연봉리 기지를 54척의 공기부양정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 중이라고 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전수진 기자 y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