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겨울올림픽 축하공연을 위해 한국에 오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단장 현송월)이 승선한 만경봉 92호가 6일 오전 9시 50분 동해 해상분계선(NLL)을 넘어 묵호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통일부 당국자가 밝혔다.
당국자는 “동해상의 높은 파도로 인해 연안 가까운 해상으로 이동 중”이라며 “시속 8~13노트(15~24㎞)로 약 6시간가량 이동해 (6일)오후 5시쯤 묵호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 92호는 남측 해양경찰 함정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 중이다. 공연에 참가하는 예술인 114명과 지원인력으로 구성된 이들은 전날 평양을 떠나 기차로 원산에 도착한 뒤, 이날 새벽 원산항을 출발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날 동해상의 파고는 2~4m로 여객선이 운항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조건이다. 정부 당국자는 “해군과 해경은 파도의 높이에 따라 운항할 수 있는 함정의 등급(황천ㆍ荒天)을 정하고 있다”며 “오늘(6일) 정도의 파고라면 1000t 이상의 함정을 운영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700t급인 만경봉호가 운항하는 데 지장은 없겠지만 때때로 높은 파도뿐만 아니라 동해의 너울성 파도로 인해 요동이 심할 것”이라며 “승선해 있는 예술단원들이 멀미로 고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경이 만경봉 92의 항로를 연안 근처로 잡은 이유다.
이들은 묵호항에 도착해서도 흔들리는 배 위에서 숙식해야 한다. 그래서 멀미와 피로로 인해 8일과 11일 각각 예정된 강원 강릉과 서울에서의 공연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북측 응원단을 안내했던 전직 당국자는 “응원단 중 상당수가 멀미로 고생했다”며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힘겨워하는 모습이 이번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만경봉 92호의 대북 제재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면서 운항을 했지만, 제재 논란과 함께 컨디션 난조까지 우려되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경의선 육로로 강릉까지 이동하려면 출입사무소에서 남측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기차로 다시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하지만 시간적으로나 피로도는 훨씬 적은데도 북측이 만경봉92호의 운항을 요구해 수용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