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5일 “김정은이 신년사(지난달 1일)에서 평창올림픽을 민족의 대축제로 만들겠다고 한 만큼 형식적으로 최고위급 인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 김영남은 다목적 카드다.
정부 “의전 아직 정해진 것 없다”
북 실세 최용해는 제재 대상 인물
형식적 최고위급 보내 생색내며
남북-북·미관계 떠보기 가능성도
둘째 북한이 실권이 없는 김영남을 보낸 건 우리 정부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협의 요구를 사전 봉쇄하겠는 의미도 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김영남은 의전상의 역할일 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며 깎아내렸다. 김영남이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남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순 있어도,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중재자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북한도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는 상황에서 실권자를 평창에 보내는 건 시기상조로 판단했을 수 있다.
셋째 북한이 올림픽 이후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를 떠보기 위한 용도로 김영남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면담이 이뤄질 경우 남북 최고위급 접촉이란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의 의중을 직접 파악할 수 있다. 올림픽 이후 북한은 자신들이 국가수반을 보냈으니 남측도 그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이라는 주장을 펼 수도 있다.
넷째 최용해가 실세이긴 하지만 대북제재 대상이란 점 때문에 김영남이 낙점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최용해가 대표단장을 맡을 경우 국가 위신이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며 “아직 공개되지 않은 3명의 수행단원과 지원인력 18명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보면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수·박유미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