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은 85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필라델피아의 성공 스토리만큼이나 17년간 왕조로 군림했던 뉴잉글랜드의 미래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뉴잉글랜드는 2000년 빌 벨리칙(66) 감독과 쿼터백 톰 브래디(41)가 합류한 뒤 최고의 팀이 됐다. 이후 8차례 수퍼보울에 진출했고 5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쿼터백으로 꼽힌 두 사람 간에 지난해부터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ESPN의 보도에 따르면 발단은 브래디의 트레이너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인 알렉스 게레로다. 브래디는 지난해 9월 게레로와 함께 『TB12 생활법』이라는 책을 냈다. TB는 톰 브래디의 약자, 12는 그의 등 번호다. 톰 브래디가 어떻게 생활하고, 먹고, 운동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브래디는 게레로에게 아들의 대부를 맡겼고, TB12 스포츠 치료 센터를 프랜차이즈로 만들어 전 세계에 퍼트릴 계획도 세웠다.
선수들에겐 더 큰 스트레스였다. 특히 신인 선수들은 브래디가 미는 클리닉에 갈 것인가, 감독이 좋아하는 팀 닥터에게 치료를 받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NFL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과 등 질 것인가, 가장 뛰어난 쿼터백과 척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또 하나의 갈등은 벨리칙 감독이 브래디의 후계자로 꼽은 젊은 쿼터백 지미 가로폴로다. 다른 위대한 쿼터백과 달리 브래디는 후배의 멘토 역할을 하지 않았다. 기술을 전수하지 않았다. 가로폴로가 TB12에 치료를 받으러 갔을 때 게레로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일화도 ESPN은 소개했다. 브래디가 가로폴로를 라이벌로 여겼다는 의미다.
벨리칙은 냉정한 감독이다. 누구라도 실력이 최고라면 주전 쿼터백으로 기용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역으로 최고가 아니라면 수퍼스타 브래디라도 쓰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벨리칙과 브래디의 능력은 최고다. 또한 승리를 위해서는 무슨 일도 할 수 있는 성격이기도 하다. 그런 성격 때문에 애증의 관계다. 지난 18년간 브래디는 벨리칙의 시스템에 잘 적응했다. 벨리칙은 팀 미팅에서 “동네 고교 쿼터백도 할 수 있는 패스를 실수했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브래디를 질책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누구도 비판의 성역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브래디는 감독의 말을 잘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달라졌다. 감독이 들으라는 듯 욕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한다. 브래디는 "감독이 아무리 잘 해도 나에게는 이 주일의 선수상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했다.
뉴잉글랜드의 구단주인 로버트 크라프트는 두 사건을 잘 마무리했다. 따라서 뉴잉글랜드 왕조는 구단주-감독-쿼터백의 합작품이었다. 그 황금의 삼각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다음 시즌 뉴잉글랜드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구단주는 떠나지 않는다. 쿼터백인 브래디도 내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다. 후보 쿼터백을 다 내보내버려 대안도 없다.
벨리칙 감독은 “팀워크에 문제는 없다”고 불화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뉴욕 자이언츠 등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미디어는 보도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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