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본진은 지난 1일 양양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원길우체육성 부상(차관)을 단장으로 한 북한 선수단 본진 32명은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취재진의 잇따른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남녘의 겨레들에 우리 북녘 동포들의 인사를 전한다”는 원길우 부상의 형식적인 인사뿐이었다. 강릉선수촌 입촌할 때도 피겨 염대옥의 “경기 전에 말하지 않는다. 춥다”는 말 정도가 전부였다.
밝아지고 말문 트인 북한 선수들
선수촌·경기장서 스스럼없는 언행
“조선 사람이 만든 음식 입맛 맞다”
피겨 염대옥 마주치면 반갑게 손짓
피겨 선수단은 더 적극적이었다. 염대옥은 경기장이나 선수촌에서 취재진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오늘 훈련이 어땠냐”는 질문에 “괜찮았습니다”라고 답했다. 4일 “감강찬과 김규은에게 어떤 말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염대옥은 “여기서 뭘 어떻게 말합네까”라고 답했다. 염대옥-김주식 조는 감강찬-김규은 조와 캐나다에서 두 달 동안 함께 훈련하며 친해진 사이다.
경기장과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선수촌에선 더욱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선수들은 피트니스센터에서 실내 훈련을 하고, 선수식당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만난 북한 선수들은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 다녀봤기 때문에 크게 놀랄 것은 없다”며 “선수촌 음식도 조선 사람이 만든 것이라 입맛에 맞는다. 뷔페식이라 밥 먹고 싶은 사람은 밥을 먹고, 빵을 먹고 싶은 사람은 빵을 먹는다”고 전했다. 김주식은 거꾸로 감강찬의 어깨 부상에 관해 묻기도 했다. 감강찬은 4대륙 선수권에 함께 출전했으나 어깨 부상으로 기권했다.
남북 사이의 언어, 문화 차이도 드러났다. 북한 선수들은 “남쪽에 온 게 어떠냐는 질문”에 “후(後)에 합시다”라고 대답했다.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말이었다. 남한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말이라 잘 못 알아들은 취재진이 “‘후회한다’고 한 것이냐”고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이에 북한 선수들은 크게 웃으며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 선수단 고위 관계자는 “바지와 치마 역할이 다르다. 북한에선 남자가 생계를 다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 속담 중에 ‘여자와 고양이는 쓸어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여성을 보는 시각도 남북이 달랐다.
강릉=김효경·정아람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