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016년 채용 점수조작 확인
최종 임원면접 후 인사부가 고쳐
탈락권 서울대 출신 2.4점 올리고
합격권 한양대 출신 1.3점 깎아
은행 측 “개인역량, 영업 특수성 고려”
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종손녀(누이의 손녀) C씨가 임원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한 사실이 이번 검사에서 드러났다. C씨는 2015년 상반기 공채에서 서류전형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으로 최하위였다가 2차 면접에서 120명 중 4등으로 합격했다. 이에 대해 허인 국민은행장은 지난 1일 경영관리회의에서 “이 지원자는 지역할당제로 입사했고 특혜 채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국민은행은 전직 사외이사 자녀를 서류전형에서 합격시키기 위해 일부러 합격자 수를 늘린 정황도 적발됐다.
이번 채용비리 적발은 청탁에 약한 은행의 속성을 드러내 준다. 사외이사·주요 거래처의 자녀·지인 명단을 아예 별도로 관리하면서 특혜 채용을 해온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대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융회사는 주인이 없다 보니 이해관계자가 많고 외부의 압력에 약하다”며 “은행이 일자리를 뇌물로 삼아 특정 사람에게 청탁하는 미끼로 사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대해 은행 측이 “채용비리가 아니다”며 맞서고 있는 만큼 법적인 책임 소재는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지난해 11월 자진 사퇴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2일 검찰에 의해 공개채용 과정에서 합격자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이 전 행장은 2015~2017년 공채에서 ‘청탁 명부’를 별도로 관리하면서 불합격권에 있던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 고위 공직자, 고액 거래처와 내부 임원진 자녀 37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서류전형에서 합격시켰다. 이 가운데 31명은 최종 합격자 명단에 들어갔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전 행장 등은 서류전형 합격자 초안을 살펴보고 청탁 대상자가 불합격권이면 그 이름에 동그란 합격점(●)을 찍었다. 그로 인해 기존에 합격권에 들었던 지원자 일부는 불합격 처리됐다.
이번에 적발된 국민·하나은행 등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정황에 대해 금감원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이들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진이 연루된 것이 확인된다면 지배 구조마저 위태롭게 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회사 임원이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엔 임원 자격을 잃고, 금융당국이 해임 요구를 할 수 있다. 또 은행법 54조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해치는 임원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그 임원의 해임을 권고할 수 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