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 전 재산인 50평대 아파트를 팔고 여행에서 돌아와 살 20평 나무집을 직접 지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쓴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여행』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최씨는 여행작가가 됐다. 이들에게 여행 후 3년 8개월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지난달 30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자택에서 부부를 만났다.
『빼빼가족…』 저자 최동익씨 가족
1년간 25개국 163개 도시 돌아
새해 목표는 부부만의 지중해 여행
- ‘대가까지 치러야 여행이 끝난다’는 게 무슨 뜻인가.
- 최동익(이하 최): 여행은 시간·경제적 손실이 따르지 않나. 그걸 감당해내는 시간도 여행의 일부라는 얘기다. 돌아오니 먼지 쌓인 나무집, 텅 빈 통장 잔고가 보이더라. 나는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쓰고 아내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여행 때문에 학교를 자퇴하거나 휴학했던 아이들은 뭔가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관을 얻은 덕분에 그 대가를 치르는 과정도 행복하다.
- 3년 만에 새 책을 냈다. 소개해달라.
- 박미진(이하 박): 초등학생이 주 독자인 지리 이야기책 『빼빼가족 세계여행- 러시아&북유럽 편』(사진)이다. 남편이 글, 큰딸이 영상, 둘째 아들이 기록, 막내아들이 사진, 내가 그림을 맡았다.
- 여행으로 달라진 점은.
- 최: 가족의 공통 관심사가 생겼다. 가령 TV에 러시아 전통 수프인 보르시가 나오면 모두 그 냄새를 아는 거다.
박: 몰랐던 나를 발견했다. 여행을 다녀온 뒤로 아이들이 나를 엄마가 아닌 인간 박미진으로 봐준다. 아이들은 여행하며 독립심을 키웠다.
- 말이 쉽지 버스로 세계여행이라니….
- 최: 일할 때 새벽에 나가 밤늦게 들어왔다. 가족을 위한 것이라 했지만 정작 아내의 일상, 아이들의 고민을 몰랐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같았다. 편하게 다니고 싶지는 않아 버스로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쪽 끝을 오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 여러 방법 중 왜 여행이었나.
- 최: 돌아오니 알겠더라. 4평 남짓 되는 버스에서 와이파이, TV도 없이 다섯 식구가 매일 24시간을 함께 보냈다. 싸웠을 때 문 닫고 들어갈 방도 없다. 나가면 시베리아 벌판이다. 이런 환경에서 싸우면 지옥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 음악을 함께 들을 때 행복했다. 이미 공통 관심사가 축적돼 있다면 굳이 여행 갈 필요가 없다.
- 자녀 교육 방식이 궁금하다.
- 박: 김장할 때나 아플 때는 학교에 안 보냈다. 아프다고 거짓말해도 안 보낸다. 본인이 쉬고 싶으니 거짓말한 것 아니겠나. 충분히 쉬면 알아서 간다. 여행도 아이들이 결정했다. 막내아들이 중학교 1학년 마치고 여행 다녀와서 검정고시로 1년 늦게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여행하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라는 목표가 생겼는데 자신만의 사진을 찍고 싶다면서 대학에 안 갔다.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살피는 거다.
최: 스웨덴 한 섬에서 낚시할 때 아이들이 빵을 미끼로 쓰더라.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지렁이로 바꿔라’고 했다. 아이들이 여기서는 물고기도 빵을 먹는다면서 그냥 하더니 한 시간에 12마리를 잡았다. 어른으로서 경험치가 산산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 다음 여행 계획은.
- 최: 아이들과는 슬슬 이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빼빼부부’다. 올해 이탈리아·스페인 등에 다녀와서 『지중해를 걷다(가제)』라는 책을 쓸 계획이다. 지중해가 보이는 카페에서 아내와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새해 목표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