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놀랍게도 실제로 존재한다. 그것도 정확히 3년 뒤 우리나라에서 발견될 것이다. 독자들께서는 어떤 시장인지 아시겠는가? 바로 우리나라의 대학 입학 시장이 그것이다. 지금 대학들은 매년 약 50만 명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이 자리를 놓고 5년 전에는 약 70만 명, 지난해엔 약 60만 명의 19세 인구가 경쟁했다. 앞으로 3년 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02년생들이 19세가 되면 실제 대학에 진학하려는 사람의 수가 약 30만 명으로 급감하게 된다. 대입 제도가 생겨난 이래 입학 정원보다 진학하려는 사람의 수가 적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3년 뒤부터 19세 인구 급감하면
대학은 존재 자체가 어려워진다
19세-수능의 획일적 대입은
입학 정원 대입 연령과 입시제도 다원화의
새 패러다임이 발전적 생존 전략
시장에서 수요가 대규모로, 그것도 갑자기 줄면 시장 작동의 기본 시스템이 바뀐다. 대학 입학 시장의 기본 시스템은 대학들이 학생들을 선발하는 입시제도다. 그러므로 대입 시장의 구조조정은 부실 대학 정리나 학과 통폐합으로 충분할 수 없다. 입시제도 자체의 구조 개혁 없이 천지개벽 수준의 대입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은 불가능하다.
그럼 대학 입시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필자가 볼 때 가장 필요한 변화는 현재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사람을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는 대학 입학 연령을 다원화하고, 수능고사와 학생부종합전형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도록 대학 입학시험도 다원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19세 인구가 급감하는 3년 뒤부터 대학은 더 이상 뒷짐을 쥐고 있을 수 없다. 학생이 줄면 대학의 존재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제 19세만을 수요자로 받겠다고 고집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대학 입학 연령의 다원화를 대학이 먼저 요구해야 한다. 예컨대 고졸 후 수년간 사회활동을 한 청년이 대학에 가고 싶으면 지금의 제도에서는 수능을 다시 봐야 한다. 당연히 19세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 청년의 사회 경험이 수능 점수보다 가치가 낮거나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지만, 현행 제도에서 이 학생의 대입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교육부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지원자를 대학들이 선발할 수 있도록 대입제도를 바꿔 줘야만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먼저 일을 하고 나중에 필요할 때 대학에 진학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는 10여 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19세에 맹목적으로 대학에 가는 것이 인재 양성에 유리하지도 않고, 과도한 사교육 문제, 청년실업, 저출산 등 수많은 사회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급자 중심의 대입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시장의 상황이 180도 역전되면 먼저 취업하고 필요할 때 대학에 진학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는 가능하고도 남는다. 혹자는 서울의 상위권 대학은 예외가 될 거라 말하나 절대로 그럴 수 없다. 대학 입학 시장의 변화는 전국적이고 몇몇 대학만을 예외로 한 대입제도의 변경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연령과 입학제도의 다원화는 새로운 대입 패러다임의 발전적 생존 전략이다. 교육부와 대학들의 주목을 기대한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