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신과 진료 체계에 손을 대는 건 정신 건강과 자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5.6명(2016년)으로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자살 사망자의 88.4%는 평소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긴 사람의 22.2%만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한다. 첫 치료까지도 약 1년 반 걸린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큰 데다 건보 수가 미비 등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치료 미비 등에 따른 자살 문제 여전히 심각
진료시간 따른 수가 높여 장시간 상담 유도
환자 부담률은 인하…병의원 비용 줄게 돼
'비급여' 인지·행동 치료도 건보 적용키로
정신과 치료 개편, 이르면 5~6월부터 시행
혈액암 치료제 '키프롤리스'에도 건보 적용
앞으로는 진료시간 10분 단위로 수가 체계가 5단계로 나눠진다. 지금은 치료 기법에 따라 세 단계로 돼 있다. 5단계(10분 이하, 10~20분, 20~30분, 30~40분, 40분 초과)로 쪼개면서 상담시간이 길어질수록 수가가 올라간다. 다만 가장 낮은 단계의 수가는 되레 5% 내린다. 짧은 치료를 받아온 기존 환자들은 추가 부담이 없다는 의미다.
이동우 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현재는 대략 15분, 45분 정도로 비용이 달라지는데 길게 상담해도 수가가 낮고 치료 기법 차이도 불분명한 편이다"면서 "이번에 시간 단위로 수가를 나누면서 의사들이 환자 상담을 길게 하도록 유도했다. 외국에선 대부분 시간에 따라 수가를 조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됐던 인지ㆍ행동치료에는 건보가 새로 적용된다. 이는 왜곡된 사고를 스스로 발견해서 수정하고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정신 치료법의 일부다. 그동안 표준화된 치료 과정이 없고 치료비용은 모두 환자가 부담했기 때문에 건보 적용 요청이 많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울증ㆍ공황장애 등에 30분 이상 시행하는 인지ㆍ행동 표준 치료법을 마련했다. 약 5만~26만원으로 천차만별이던 진료비도 앞으론 1만6500원(의원급 재진 시)으로 내려간다. 이러한 변화들은 법 시행령 개정 등을 거쳐 5~6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