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높은 인기를 끌었던 사립초가 폐교 위기에 놓인 배경이 무엇인지, 도미노 폐교의 발단이 될 수 있다는 ‘수익용 기본재산’의 활용에 대해 알아봤다.
사립초 인기 왜 곤두박질쳤나
하지만 같은 기간 사립초 신입생은 8644명에서 6947명으로 19.6%가 감소해 전체 초등학생 수보다 훨씬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백종대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은 “사립초 신입생 감소를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사립초에 대한 선호도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입학생 감소를 이유로 폐교를 신청한 은혜초의 경우 올해 신입생 모집에 30명만 지원해 정원(60명)의 절반에 그쳤다. 백 국장은 “은혜초는 인근에 뉴타운이 형성되면서 혁신초 등 교육과정이 탄탄하고 시설도 좋은 공립초가 여럿 생겨나자 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학생 모으기에 실패한 것”이라 설명했다.
자녀가 사립초 1학년에 재학 중인 학부모 이모(42·서울 동작구)는 “올해 2학년이 되는 아이가 학교에서 더 이상 영어 수업을 들을 수 없다면 굳이 비싼 학비를 감수할 이유가 없어 공립초로 전학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사립초 재정적자 발생하는 이유는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재정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사립초는 등록금을 납부하는 학생 숫자가 학교의 존폐와 직결된다.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가 갈수록 심화되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폐교를 선언하는 제2의 은혜초도 추가로 등장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백종대 교육행정국장은 “현재 서울의 전체 사립초 39곳의 재정 현황을 전수 조사 중”이라면서 “몇몇 학교는 재정 상태가 심각해 폐교 위기로 판단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립초의 폐교를 막기 위해 교육당국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의 김재철 대변인은 “사립초는 초등교육의 다양성과 특성화라는 측면에서 우리 교육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고사 위기에 놓인 사립초가 생존할 수 있도록 시·도 교육청이 적절한 수준의 재정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폐교 막기 위해 활용한 ‘수익용 기본재산’이란
교육용 기본재산은 학교를 세우는 데 필요한 토지와 건물, 그리고 기자재 등을 말한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학교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쓰이는 자산이다. 일례로 학교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면 건물 임대료 수익을 활용해 학교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은혜초의 경우 교육용 기본재산 111억4800만원과 수익용 기본재산 49억2144만원(2012년 기준) 등 160억원이 넘는 재산을 확보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이 재산은 해당 시·도 교육청이 허가 없이는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활용해 학교측이 폐교 사유로 내세운 3억여원의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도록 허가하기로 했다.
서울의 한 사립초 교장은 “시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재정 상황이 악화된 다른 사립초에게 폐교 선언을 해서라도 묶여있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편이 낫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립학교 무책임한 폐교 막으려면
은혜초 폐교 사태를 겪은 이 학교 학부모들도 현행 사립학교법의 맹점을 지적했다. 곽병석 은혜초 학부모 비상대책위원장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법인이 학교를 유지하면 기본재산이 묶여 있지만, 폐교해버리면 그 재산이 ‘학교법인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된다”면서 “은혜초가 폐교되면 정관에 의해 학교법인의 이사장이 잔여 재산을 고스란히 갖게 되는 구조”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법인이 이같은 사립학교법의 허점을 이용해 은혜초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쉽게 폐교를 결정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교는 엄연한 공공재로, 이미 사회에 환원한 재산이다. 법인의 필요에 따라 폐교한 뒤 다시 찾아가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