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국입춘굿은 3~10세기에 걸쳐 서귀포시 일원에서 번성했던 ‘탐라국’에서 기원한다. 당시 탐라국 왕을 비롯한 민(民)·관(官)·무(巫)가 하나 돼 농경의 풍요를 기원하는 굿 놀이를 벌인 게 시작이다.
목관아·원도심 일원서 3일간 진행
열림굿·세경제·낭쉐몰이 등 펼쳐
제주도민들은 한해 농사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첫 번째인 입춘일이 다가오면 농경의 신 ‘자청비’ 등에게 대풍을 기원했다. 돌이 많고 척박한 화산섬인 제주의 경우 태풍과 큰비 등으로 인해 농사를 망치는 일이 빈번해서다.
올해 입춘굿은 다음 달 2일 오전 9시 제주국제공항과 국제여객터미널 일원에서 막을 올린다. 새해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액막이굿인 ‘춘경문굿’에 이어 오후 4시에는 제주시청 앞에서 유교식 제례인 ‘세경제’가 진행된다. 이후 제주시청 일원에서 열리는 ‘입춘거리굿’에 이어 나무로 만든 소인 ‘낭쉐’를 모시고 고사를 지내는 ‘낭쉐코사’로 첫날 행사를 마무리한다.
이틀째인 3일 ‘열림굿’은 제주목관아 일원에서 열린다. ‘칠성굿’에 이어 제주의 일과 놀이를 노래판 굿으로 꾸민 공연 ‘우리 할망넨 영 살앗수다’(우리 할머니들은 이렇게 살았습니다)가 진행된다.
입춘인 4일에는 제주 전승 탈굿놀이인 입춘탈굿놀이와 낭쉐를 몰고 농사 짓는 과정을 시연하는 ‘낭쉐몰이’ 등이 이어진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탐라국입춘굿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맥이 끊겼다가 74년 만인 1999년부터 문화관광축제로 부활됐다”며 “올해 부활 20년을 맞은 전통 무속신앙이 계승·발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