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국내 5대 그룹 CEO(전문경영인)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주회사에 계열사가 상표권 수수료를 많이 내는 식으로 부당지원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계열사들에게 받은 상표권 사용료
LG· SK는 2016년 2000억원 넘어
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20대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또는 대표회사가 277개 계열사로부터 9314억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8655억원, 2015년 9256억원에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LG(2458억원), SK(2035억원)는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2000억원을 넘었다. CJ(66.6%), 한솔홀딩스(53%),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53%), 코오롱(51.7%), 한진칼(51.2%)은 매출액 대비 절반 이상을 상표권 사용료로 채웠다. 삼성을 제외하고는 기업집단별로 1개 대표회사가 상표권을 보유해 사용료를 받았다. 삼성은 삼성물산 등 17개사가 상표권을 공동으로 보유했다.
상표권 사용료의 적정성에 대한 별도의 법적 기준은 없다. 이에 공정위는 공시 규정을 고쳐 ‘상표권 사용 거래 현황’을 공시 의무 사항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매년 5월 31일에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계열사 간 상표권 거래 및 상표권 사용료의 구체적인 산정방식 등을 공개해야 한다. 공정위는 향후 상표권 거래에 대한 공시 실태 및 사용료 수취 현황을 매년 공개하고, 사익편취 혐의가 뚜렷한 경우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상표권 거래에 대한 정상 가격 판정이 어려워 공정위가 일일이 조사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상표권 수수료 산정 기준 등을 공개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평가·조정하는 방식으로 유도하겠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