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일 관계의 해법은 나라(奈良)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19일 나카가와 겐 나라시장과의 현지 간담회는 시청사 5층에 있는 ‘경주의 방(慶州の屋)’에서 진행됐다. 이 방에는 불국사와 석굴암 사진, 옛 지도와 그림·도자기 등 경주에서 전달받은 각종 기념품들로 장식되어 있다. 나카가와 시장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이면 경주-나라시의 자매결연 50주년이 된다”며 “(정부 공식 창구인) 도쿄와 서울에서 얘기하면 어려운 문제가 많지만, 나라와 경주는 1000년의 역사가 있기에 큰 시각에서 장기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의 힘 역시 여전했다. 한 일본 중견 언론인은 “트와이스와 방탄소년단은 일본 고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한국 화장품이나 화장법을 SNS에 올리는 학생들은 그게 한국이든 어디든 상관이 없다”고 전했다. 인기 정치인인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의원은 최근 일본을 찾은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한국영화 ‘친구’를 7번이나 봤다. 트와이스엔 일본인 멤버들도 많이 있다”며 “양국 간 문화·예술 분야의 교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는 껄끄럽지만, 지자체와 민간 영역의 한·일 교류는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카가와 시장은 “지금은 지방 도시끼리, 시민끼리 하는 교류가 국가를 움직이게 하는 시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상대국에 대한) 이미지 연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투 트랙’(역사 갈등과 경제·안보 협력 분리) 기조를 정착시킬 실마리는 거기 있었다.
박유미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