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마신 사람은 누구일까. 1896년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관에 머물던 고종황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두 커피를 처음 맛본 고종은 커피 애호가가 됐고, 커피는 황실을 비롯해 개항지인 인천·군산 등지에서 상류층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광복 후에는 미군을 통해 들어온 인스턴트 커피가 암시장을 통해 유통되기 시작했고, 1960년대부터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다방이 속속 생겨났다. 70년대엔 국내 최초 인스턴트 커피인 동서식품의 믹스커피가 등장했다. 달달한 믹스커피 맛에 길들여져 80년대에는 커피 자판기가 확산됐다.
브랜드 커피숍이 시장 성장 주도
생활 속 커피문화
커피는 이제 온 국민이 즐겨 찾는 기호 식품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한 명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012년 288잔, 2013년 298잔, 2014년 341잔, 2015년 349잔, 2016년 377잔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매년 10% 웃도는 성장률을 보였던 커피 시장은 2016년 6조4041억원으로 2014년 4조9022억원에 비해 30.6% 증가했다. 이처럼 국내 커피 시장이 성장한 데는 커피전문점의 영향이 크다. 커피 시장에서 커피전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62.5%(4조원)에 달한다. ‘국민 커피’로 불리던 믹스커피 대신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그 자리를 꿰찼다.
시장이 급성장한 만큼 소비자의 입맛은 까다로워졌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맛과 향의 원두를 선택하는 수준이 됐다. 지난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커피 입맛이 고급화됐다’는 응답이 44.3%로 2014년보다 4%포인트 늘었다. 커피전문점을 선택할 때 가까운 곳(51.2%·중복응답)이나 가격(48.8%)보다 맛(65.2%)을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만의 커피 취향을 가진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해석이다.
‘스페셜티(Specialty)’ 커피 열풍이 이를 증명한다. 최상급 원두를 사용해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고급 커피로, 특히 콜드브루(cold-brewed)가 인기다. 원두를 저온에서 장시간 추출해 쓴맛이 덜하고 커피의 부드러운 풍미가 살아 있는 콜드브루는 커피 애호가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할리스커피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중 처음으로 2014년 6월 스페셜티 매장인 ‘할리스 커피클럽’을 오픈했다. 스타벅스 리저브, 테라로사 등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매장이 문을 열면서 고급화 바람이 불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만든 베리에이션 라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에스프레소에 스팀 밀크를 혼합한 ‘플랫화이트’를 비롯해 ‘콜드브루 라떼’ ‘크림라떼’ 등은 맛과 비주얼까지 갖춰 소비자 취향을 저격하는 메뉴로 떠올랐다. 커피 이외의 메뉴도 경쟁이 치열하다. 고구마를 활용한 ‘고구마라떼’, 유자·녹차 등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료, 스파클링 음료, 계절별 음료 등 종류도 다양하다. 소비자가 커피전문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는 베이커리·디저트 메뉴도 출시되고 있다.
카공족·코피스족 위한 인테리어
할리스커피의 경우 상권별로 맞춤화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점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통창과 루프톱 등으로 꾸미고 24시간 운영 중이다. 이지은 할리스커피 마케팅 담당 본부장은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와 이용 행태 변화를 반영해 상권 및 공간별로 좌석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1인 좌석 및 분리형 좌석, 원테이블과 그룹 좌석 등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조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