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 휴게시간 연장이라는 편법 대신 제대로 근무시스템을 변경해 해법을 찾는 것도 있다. 대전 둔산동 크로바아파트는 경비원 근무형태를 격일제에서 하루 2교대, 야간 당직자 근무로 바꿨다. 경비원들은 오전 6시~오후 2시, 오후 2시~오후 10시 등 하루 8시간 2교대로 일한다. 밤 10시 이후에는 별도의 당직자가 근무한다. 이러면 휴게시간을 합쳐 실제론 월 360시간이던 근무시간이 월 220시간으로 크게 줄어든다. 그럼에도 이 아파트 경비원 40명의 월급은 220만원 정도로 차이가 없다. 경비원 입장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고 주민들은 비용 인상을 최소화 한 셈이다. 이 아파트 관리업체인 ㈜대흥의 이규화 대표는 “경비품질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경비원들의 근무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경비비용은 1.6%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현대아파트도 근무방식을 ‘2명씩 24시간 맞교대’에서 ‘1명 12시간 근무’로 바꿔 경비원 4명의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경비원 감축을 위한 주민투표가 취소되거나 부결되는 아파트도 많다.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금호타운 1차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관리사무소 측은 지난해 말 14명의 경비원 가운데 6명을 감축하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총 570여 세대가 한 달에 약 3만원씩 1년간 36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아파트 단지 곳곳에 한 주민이 붙인 ‘호소문’이 붙었다. 경비원들과 상생하는 차원에서 감축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상당수 주민이 이에 공감하면서 투표는 백지화됐다.
세종시 도램마을 9단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기존 4명의 경비원을 2명으로 줄이는 안을 상정했지만 주민투표에서 부결됐다. 경비원들은 “열정과 성의를 다해 근무하겠다”는 내용의 감사 글을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써 붙였다. 울산시 중구 우정동 리버스위트 주상복합 아파트는 최근 경비원과 미화원 임금을 인상할지아니면 휴게 시간을 늘리고 근무 인원을 조절할지 2개 안을 놓고 입주민 설문조사 방식으로 최근 주민투표를 했다. 투표결과 입주민 73%가 경비원 4명과 미화원 2명의 임금인상에 찬성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양해수(65)씨는 "임금을 올려준 주민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경비원들은 아침마다 '고맙고 사랑합니다', '진짜 당신을 사랑합니다' 등 구호를 외치고 업무를 시작한다.
김방현·임명수·김민상·김호·최은경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