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팍스시니카를 꿈꾼다. 시진핑 시기 들어 특히나 세계에 중화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 시진핑이 툭 하면 언급하는 시대가 있다. 바로 당(唐)나라다. 시 주석은 당나라 지도자의 통치지침을 다룬 책 <정관정요>를 즐겨 인용한다. 중국 대학생들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면 어디로 갈래?"라고 물으면 대부분이 당나라 시절로 가겠다고 이야기한다.
당나라는 과연 어느 정도로 존재감이 있는 나라였으며 이 나라의 '경쟁력'은 무엇이었을까? 1월 23일 중앙일보 중국연구회에서 강연을 맡은 최진아 이화여대 중국문화연구소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가 좋아하는 시기 중 하나가 당나라다. 혹자는 청나라도 대단하지 않냐고 하는데 당시에는 지배적 민족이 만주족이었다. 또 한나라보다는 당이 위세가 컸다. 중국인들의 마음 속에 당나라가 이상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唐,중국 대학생들 가장 선망하는 시대
다양성·혼종성이 당나라 이끈 원동력
이민족 혐오 발언 늘면서 국력도 쇠퇴
재밌는 포인트는 유교에선 여성을 군자로 인정하지 않고 불교도 비구니의 경우 지켜야할 계율이 훨씬 많은데 도교에서는 여성을 수도자의 하나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도교에서 최상의 경지에 오른 이가 신선인데 여성의 경우는 여선 혹은 선녀라고 한다.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그 선녀다. 여성의 신격이 있는 것이다.
또한 도교에서는 몸이나 욕망을 긍정한다. 불교는 절대로 색을 탐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는데 도교에서는 인간 최고의 행위 중 하나가 성행위다. 이를 통해 신선이나 여신이 될수도 있다고 믿어서 복식호흡과 방중술이 유행했다. 근엄한 문화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이런 문화가 당나라 때는 가능했다.
하버드대에서 진행중인 중국관련 무료강의인 차이나X에 보면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기독교 세계에 대항한 이슬람 세계에서도 중화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으로 해석을 내렸던데 당나라에선 기독교와 이슬람이 평화롭게 공존했다. 외국인에게 자치권과 종교활동도 보장했다. 국력이 곧 혼종성에서 나왔던 것이다. 그래서 '팍스시니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
혼종성의 법적 보장도 이뤄졌다. 외국인 관료를 적극 등용했다. 그 외국인 관료들의 출신지가 신라, 발해, 일본에서 동남아의 안남까지 이르렀다. 장안은 물산과 다국적 문화가 집결하는 도시였다. 장안에는 동쪽과 서쪽에 각각 시장이 있었다. 서역에서 온 여성들이 주점을 형성해 연회가 벌어졌다. 동쪽 장터는 일반 물건이 거래됐고 서쪽 장터에선 수입물산이 거래됐다.
음식문화도 이채로웠다. 중국 음식스러운게 아닌 것도 많았다. 지금도 시안 지역에 가면 후빙이라고 빵을 발효하지 않고 구워낸 것이 있다. 빵 속에다 척척 고기 저민 것들을 넣어서 크레페처럼 먹거나 소고기 곰국 국물같은 것에 넣어 먹기도 한다. 선비족이 먹던 음식인데 유럽 정찬요리에 보면 스프 위에 빵 얹어서 먹는 것과 굉장히 비슷하다.
미인의 기준도 남달라
여성이 남자 옷 입을 수 있던 '선진적'문화
즉, 양귀비(양옥환, 楊玉環)처럼 비대하고 조비연처럼 마른 미인이라는 뜻인데 당나라는 무조건 풍만한 여성을 선호했다. 시가인 장한가를 봐도 '피부가 기름덩어리가 엉긴 것처럼'이라는 게 나오는데 이건 셀룰라이트를 찬미한 것이다. 당나라 옷 자체가 여성은 속이 비치는 시스루 스타일의 숄을 두른다. 육체성을 긍정한 것이다. 여성이 남자의 옷으로 상징되는 바지를 입을 수 있는 나라도 당나라였다.
사실 여성의 몸이 가녀린 것은 여성억압적인 사회에서나 인기가 있는 것이다. 청나라의 경우는 홍루몽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마르고 병약하며 폐병환자로 그려진다. 그가 토하는 피가 점점이 아름다운 꽃같다고까지 묘사한다.
그러던 혼종성도 와해...여성 얼굴 노출금지
외국인 배척...'제노포비아'까지
과거엔 괜찮았던 것들이 전부 금지되고 만다. 여성복식 얼굴노출금지, 불교금지, 황실여성 재혼금지까지. 여기에 외국인 출신 관료 승진기회 감소도 있었다. 특히나 당의 경쟁력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외국인 배척과 제노포비아가 만연하면서부터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수용못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여성도 억압하게 된다. "왜 요즘 여성들이 오랑캐처럼 화장하느냐"라는 말이 당 말기부터 나온다. 사실상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 조짐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중국은 팍스시니카를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살펴본 당나라 때의 혼종성이 유지되는 모습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는 되돌아봐야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혼종성을 인정하고 포용하지 않는다면 자칫 중화주의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고 내부의 민족분규문제도 해결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차이나랩 서유진